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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피스트 윤지윤은 “곡을 배울 때 여러 정경들을 펼쳐놓으려고 노력한다”며 “이런 작업을 통해 곡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 
“어렸을 때는 굳은살 때문에 힘들기도 했는데 신기하기도 했어요. 연습한 만큼 굳은살이 생기니까 아프기도 하면서 뿌듯하더라고요. 오일을 바르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서 불리기(?)도 하면서 적절하게 관리를 해줘요. 손톱 정리용 버퍼로 갈아서 조금씩 없애고요. 새끼손가락은 (연주할 때) 사용하지 않아서 여덟 손가락만 챙겨주면 되요.”
굳은살에도 세월이 쌓였다. 17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이 미국 버지니아에서 개최한 페스티벌에 초청돼 콰타내셜널필하모닉과 연주를 마친 직후였다. 처음 하프 앞에 앉았을 때가 여섯 살이었다. 그도, 굳은살도 함께 성장했다.
“하프가 주류 악기는 아니잖아요.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서 관객과 만날 때 얼른 하프의 매력을 전해드려야 해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 그가 신경쓰는 부분은 소리 크기다. 혹 현악기나 관악기에 밀려 하프 소리가 묻힐까 연주할 때 더 많은 정성을 들인다. 솔로 파트일 때는 그 짧은 마디 안에 하프의 매력을 듬뿍 실어 연주한다. 특별한 기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는 건 연주자로서도 즐겁다. 로린 마젤과의 첫 호흡도 만족스러웠다. “지휘자와 교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새삼 배울 수 있었던 기회”라고 소개한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음악적) 생각을 하고 어우러져 서로 악기들을 받쳐주며 조화를 만들어내는 게 오케스트라만이 줄 수 있는 재미”라고 했다.
바이올린, 첼로에 비하면 하프 연주자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 오케스트라 무대에도 많이 서야 두 명이다. 하피스트에게 콩쿠르의 의미는 그래서 좀 더 특별하다. 경쟁도 해야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하프 연주자를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긴장도 되지만 그만큼 반가운 장소다.
무대에 서는 수는 적을지라도 예쁜 모양새로 인해 어떤 악기보다도 먼저 눈에 띈다. 그 역시 하프의 빼어난 곡선과 천상의 소리에 반해 연주자 길을 걷게 됐다. 어머니 친구가 하피스트 유지혜씨여서 어렸을 때 하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바로 그 환상의 세계에 마음을 빼앗겼다. 악기의 생김이 아름다운 만큼 그에 따른 불편함도 있긴 하다. 35kg나 되는 무게 때문에 이동하는 일이 만만찮다.
“학교엔 하프 카트가 따로 있어요. 강의실을 옮길 때 (하프를) 그냥 들 수가 없거든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면 아예 악기를 대여하죠. 하프마다 줄 간격이 다르고 소리도 달라 친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하프는 어떤 소리를 낼까 궁금하기도 해요.”
악기 가격은 하프의 기둥에 금(金) 장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금이 없으면 보통 1만5000∼3만달러 선이고, 금이 있으면 3만달러(약 3760만원) 이상이다. 소리는 영롱하면서도 분명하게 들리는 게 좋다. 여러 줄을 잡고 연주하기 때문에 한음 한음 제 소리를 내야 표현하는 바를 제대로 들려줄 수 있다. 새 악기는 길을 들여 소리를 터야하지만 그렇다고 바이올린처럼 오래된 악기가 좋은 건 아니다. 수명은 10년 정도다.
페스티벌을 마치면 30일 한국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로 3년 만에 서는 고국 무대다. 하프를 시작한 뒤 쉼없이 걸어왔다. 예원에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하프의 거장으로 꼽히는 수잔 맥도날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를 사사했다. 만 13세엔 일본 소카 국제하프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만 15세엔 프랑스 도빌에서 개최된 릴리라스킨 국제하프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1위를 거머졌다. 현재는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낸시 알랜을 사사하고 있다.
로맨틱한 소리에 빠져 시작했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하프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소리의 가능성에 끌렸다. 이번 무대는 그가 마주친 하프의 또 다른 면들이 감상 포인트다.
“하프 하면 천사들이 들고 있는 조그만 악기를 떠올리잖아요. 이번 연주회를 통해 그런 고운 소리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처럼 다채로운 소리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요. 몽환적인 곡부터 도발적인 곡까지 하프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꾸몄어요.”
레퍼토리는 칼 필립 엠마뉴엘 바흐 하프 소나타 사장조부터 모리스 라벨 서주와 알레그로, 프란츠 리스트 콘서트 에뛰드 3번, 마르셀 투르니에 이미지 4번째 모음곡, 앙리엣 르니에 레전드를 거쳐 윤이상의 하프와 현악합주를 위한 ‘공후’까지 달려간다. 금호아트홀, 2만∼3만원·청소년 8000원(학생증 지참). (02)6303-7700
윤성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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