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7번은 ‘살아있는 전설’ 라울이 계속 사용 ‘특급 윙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가 7일(한국시간) 거행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입단식에서 ‘9번’을 배정받았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8만여 팬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지난 1일 ‘하얀 펠레’ 카카(27)가 레알 마드리드 입단식을 할 때보다 약 3만 명이나 더 많은 관중이 몰렸다. 그의 인기와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호날두가 등번호 9번이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오자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호날두가 역대 최고 이적료인 8000만파운드(약 1650억원)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지만 등번호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대표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인 7번을 포르투갈 출신 호날두에게 넘겨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불리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브라질 출신의 골잡이 호나우두가 달았던 등번호 9번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9번은 하비에르 사비올라(아르헨티나)가 포르투갈 벤피카로 이적하는 바람에 비어 있었다.
등번호 선택권은 구단에 있어 선수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선수의 얼굴이며, 선수의 팀내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특급 선수가 이적할 때마다 몇번을 달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달았던 ‘7번’을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그대로 달고 싶어 했다. 세부계약에서도 등 번호에 대한 의견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7번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며 ‘살아 있는 전설’ 곤살레스 라울(32)이 14년간 사용해 오고 있다. 더구나 마드리드 출생 라울은 지난해부터 국가대표팀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인기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등번호 7번으로 잘 알려진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역시 2000년 FC바르셀로나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음에도 10번이 배정됐다. 호날두가 고집을 부려봤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한편 맨유의 간판선수였던 호날두가 이적하면서 등번호 7번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맨유의 등번호 7번은 팀의 에이스이자 맨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동안 바비 찰튼, 조지 베스트,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등 특급 스타들이 7번을 달고 올드 트래퍼드구장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2003년 여름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전설의 7번’ 계승자로 18세에 불과한 호날두를 택했다. 그 결과 호날두는 맨유에 EPL 3연패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안기며 ‘7번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맨유는 이제 새로운 7번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 맨유에 뼈를 묻겠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충성심을 보였던 웨인 루니는 펠레,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 달았던 현재의 10번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맨유가 7번의 새 주인을 누구로 낙점할지 퍼거슨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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