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진 예술은 인위적인 연출을 통해 비현실을 담아내기도 하는 등 다채롭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진이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기록의 매체다. 작가의 눈이 예리하게 포착해낸 사진을 통해 우리는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다. 사진을 통해 전지구적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오늘날 청소년들의 세태를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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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 루드비히의 ‘카자흐스탄 아랄스크 부근’. 녹슨 배 옆으로 낙타가 지나가는 이곳은 예전엔 바다였다. |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문제이며, 몇 번이고 환기시켜야 할 주제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진전 ‘지구를 인터뷰하다- 사진으로 본 기후변화’를 8월 23일까지 연다. 이상엽, 정주하, 최영진, 박종우, 주명덕 등 한국작가와 게르트 루트비히, 로빈 하몬드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 93점이 전시된다.
카자흐스탄 아랄스크 부근에는 사막 위에 녹슨 배가 있고 그 옆을 낙타가 지나가는 기묘한 풍경이 있다. 한때 아름다운 바다였던 아랄해는 주변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아랄해로 흐르는 강물을 끌어쓰자 말라버렸다. 녹슨 배만이 이곳이 과거 바다였음을 말해준다. 20년간 환경을 주제로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사진 작업을 해온 게르트 루트비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 산업오염의 피해로 인간과 자연이 감수해야 하는 희생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소련의 주요 석유 생산지였던 아제르바이잔 바쿠 지역의 아이들은 검은 기름이 뒤범벅된 폐허를 놀이터 삼아 논다.
원자력발전의 직접적 폐해를 담은 루트비히의 시각과 달리 한국작가 정주하는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잠재된 공포의 가능성을 담았다. 주민들은 떠나고 피서객이 찾지 않는 전남 영광, 경북 울진 등의 모습은 어딘가 스산하다.
지구온난화 피해가 가장 극심한 나라, 투발루의 모습도 심각하다. 로빈 해먼드는 조수가 높을 때 물이 사람의 무릎까지 차오르는 풍경을 담았다. 박종우는 빙하가 빠르게 녹아 점차 암석이 드러나는 히말라야 지역을 찍었다. 히말라야의 거대하던 얼음 숲은 급속히 사라지고, 눈사태와 호수가 생기는 등 히말라야는 현재 예측불허다. 최영진은 파괴되는 새만금의 모습을 담았지만 그 풍경은 감성적이고 시적이다. 까만 흙 위에 하얀 깃털을 뉘이고 죽은 새의 모습은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주영한국대사관과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한국문화원에서 10월13일∼11월28일 열린다.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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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집에 가는 학생들을 담은 최종규 작가의 작품. |
어른들의 눈에 청소년이란 꿈과 가능성이 있는 세대이자, 반대로 불온하고 음습한 세대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청소년은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은 대한민국 청소년을 주제로 한 사진전 ‘청·소·년’전을 8월23일까지 연다. 20∼30대의 젊은 사진작가 9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각지의 청소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강재구, 고정남, 권우열, 박진영, 양재광, 오석근, 이지연, 최은식, 최종규씨 등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청소년을 둘러싼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청소년 개개인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들은 대체로 담담하고 어둡다. 제도권 교육 테두리 안에 있는 청소년의 삶은 이전과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여전히 이들은 학업과 대입에 시달리고, 그리 다양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대입’이 최우선 가치인 오늘날 청소년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밤늦도록 불이 켜진 학교 건물, 교실 벽면에 붙어 있는 ‘전국 대학 위치도’, 교무실에 놓인 대입전략 책들, 서울대에 몇 명 합격시켰다는 화려한 문구의 학원 홍보물 등이다.
원더걸스 필통을 쓰는 아이, 그리고 허리 라인을 잡아주는 맵시 있는 교복 광고, 코스프레에 참여하는 학생들, 청소년의 팬덤문화 등 오늘날 청소년 문화의 단면도 있다. 담배, 폭주족, 오토바이 등 청소년 일탈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전시를 진행하는 김량미씨는 “작가들의 초기 결과물은 학교나 학원 모습을 담은 게 가장 많았다”며 “작가들이 작업하면서 오늘날 청소년들의 문화가 다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02)2020-2055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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