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함은 사라지고 요란함만 잔뜩 남았다. 24일 개봉하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속편이 전작을 뛰어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영화다. 시각적 충격은 대폭 줄었고 위트도 전작만 못하다. 2억달러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답게 폴른 등 속편에서 새로 등장한 로봇 수만 육해공을 망라해 60종에 달하지만 놀랍다기보다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트랜스포머들의 더욱 정교해진 액션과 합체 정도가 인상적인 장면일 텐데 이마저도 전투가 세계 곳곳을 이동하며 치러지는 통에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상상의 한계를 넘는다”는 홍보 문구처럼 제작진의 공력은 대부분 볼거리에 집중됐다. 미국 전역은 물론 중국, 이집트, 프랑스 등을 넘나드는 스케일과 2시간20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등장하는 디베스테이터(7대의 건축 중장비가 변신해 합체한 로봇), 전갈·치타·거미 형상의 신형 로봇들이 빚어내는 비주얼은 보는 이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정교함을 더한 속도감도 엄청나다. 오토봇·인류 연합군과 디셉티콘 군단 간 전투는 여타 전쟁영화보다 더 실감 나고 역동적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편보다 더 허술해졌다. 전편에서 지구를 멸하려는 디셉티콘의 침략에 맞서 착한 로봇군단 오토봇을 도왔던 고등학생 샘(샤이아 라보프)은 이제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과 여자친구 미카엘라(메간 폭스)만이 유일한 관심사인 대학생이 됐다.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은 절대악 폴른을 막을 자는 “샘 너뿐이다”는 점을 허망하게도 죽음으로 알린다.
샘에게는 다행이도 폴른에게 태양의 힘을 가져다 줄 무기가 있는 장소를 일러주는 큐브 조각이 있었고, 우연히도 디셉티콘 군단의 방해를 뚫고 그 비밀장소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내부 변절자가 나타난다. 쌍둥이 트랜스포머인 스키즈·머드플랩의 유머는 썰렁하고 대마에 취한 어머니의 몸개그는 불편하며 “지구를 구하라”는 아버지의 비장한 표정은 측은해진다. 이 영화는 분명 속편 블록버스터의 미덕에 충실한 영화다. 2007년 개봉 때 국내에서만 750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은 전작보다 더 빠르고 더 화려하다. 하지만 더 노골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눈요기 대상으로 전락한 여배우들과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너그러이 넘길 수 있는 관객이라면 올여름 가장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임은 분명하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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