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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에서 시골마을 토박이 고참 형사 남제문을 연기한 윤제문은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어떤 무대에 서든지간에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남제현 기자 |
더욱이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윤제문은 김혜자, 진구, 전미선과 더불어 배우부터 점찍어놓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든 케이스”라는 말을 들었던 터이고 그가 출연한 괴수어드벤처 영화 ‘차우’가 다음달 개봉 예정인 데다 무엇보다 그의 생애 첫 장편 주연작 ‘이웃집 남자’가 7일부터 촬영에 들어간다니 은근슬쩍 영화에 대한 기자의 무지와 연기파 배우에 대한 결례가 어느 정도 희석될 거라는 셈법도 작용했다. 9월 방송되는 두 번째 TV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으로 1995년 산울림소극장 입단 이후 가장 바쁘고 화려한 시기를 보내는 윤제문을 최근 용산 세계일보사옥에서 만났다.

전언대로 인터뷰 내내 짧은 대답과 무심한 표정이 이어졌다. 일부 관객은 ‘눈빛으로 하고 싶은 말과 인간성을 모두 표현해내는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란 닉네임까지 붙이지만 그가 반추하는 연기 입문기는 심심하기 이를 데 없고 연기관은 그럴듯한 표현이 하나도 없다. 고교 때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 기타학원을 다녔던 것처럼 연기 입문도 군대 시절 우연히 본 연극 ‘칠수와 만수’가 계기가 됐다. 그 연극을 보고 ‘이런 세계도 있구나’라는 감동을 받았고 ‘나도 저렇게 무대에서 놀아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군 전역 후 큰형을 도와 음반도매상을 하던 반백수 시절, 해봐야 할 ‘뭔가’를 찾던 중 ‘칠수와 만수’를 떠올렸던 게 15년 연기 인생의 출발이었다.

그 무대가 연극이든, 영화든, TV든간에 무대든,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표현하는 데선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그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고 대사가 외워지는 연극과 달리 드라마는 촉박한 촬영 일정 때문인지 대본을 암기하는 데 꽤 힘이 든다”고 푸념한다. 그의 첫 장편 주연작이자 원톱 영화인 ‘이웃집 남자’에 대한 감회도 심드렁하다. “사실 부담도 크고 걱정도 많지만 평소대로 연기하면 잘되지 않을까 싶다.”
“연기를 하지 않는 게 제대로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윤제문은 그래도 몇 년 전 한 선배로부터 들었던 “네 연기는 늘 똑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아직도 뼈 아픈 기억이고 오기의 원천이다. “그 말을 듣고 참 고민이 많았다. 나름대로 변화를 줬다고 자부하고 연기 잘한다는 말도 듣는데 남들이 봤을 땐 아니었다는 말 아닌가. 그러다가 불현듯 ‘에이, 이 한계가 내 모습인데, 태어난 게 이게 다인데, 살아온 게 이 정도인데 똑같으면 어때? 이런 식으로 계속 부딪혀 볼래’라는 식의 오기가 생겼다.”
어쩌다 보니 배우가 됐고 송강호와 김혜자 같은 열정이 넘치는 선후배들과 함께 작품을 하다 보니 관객들이 조금씩 자신을 알아보더라고 겸손해하는 윤제문은 어떤 배우이고 싶을까. “그런 것 없는데…. 믿음이 가는 배우? 내가 어떤 작품을 하든, 어떤 무대에 서든지간에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이고 싶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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