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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연구원 |
이처럼 핵가족은 남녀 간의 사랑에 의한 성역할 구분과 여성의 경제적 의존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애, 양부모가족, 성적 불평등을 전제하고 있다. 이로부터 핵가족이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됐고, 그에 따라 한부모가족이나 동성애가족은 비정상가족 혹은 결손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생겨났다.
그런데 2003년 우리나라 가족 구성비를 보면 양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약 절반(51.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부가족(15%), 독신가족(15.5%), 한부모가족(5.2%)이 차지하고 있다. 이후 가족유형은 미혼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동거가족, 무자녀가족, 소년소녀가족, 위탁가족, 다문화가족 등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이성애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정상가족이라는 신화가 해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가족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가족의 위기’이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차원의 가족만들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족이 새로운 인간관계의 모임이라는 인식하에 새 가족유형이 인위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의 도래로 가족성원은 외부와의 연결회선을 통해 바깥 사회망과 접촉하며 시간을 보냄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즐기고 필요 시 가족성원과 일시적 지지를 주고받는 네트워크형 가족, 언제나 함께하는 가족 ‘집단’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함께하고 개별적 부분은 남겨놓는 ‘따로 그리고 함께’ 공동체, 한 지붕 공동가정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핵가족이 이렇듯 해체돼 가는 시점에서 아직도 핵가족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절반밖에 안 되는 전통가족의 가치회복을 주장하기보다 새 가족유형을 인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가족정책은 다양한 가족유형으로의 변화에 따른 상이한 욕구를 파악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기업제도도 가족의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족정책은 비정형적인 새 가족유형을 배려하는 방향, 젠더 관점과 결합된 양성평등 가족정책, 문제가족 중심에서 일반가족 대상으로의 가족정책 전환, 즉 가족을 ‘통한’ 복지정책이 아닌 가족을 ‘위한’ 복지정책, 그리고 육아휴직제, 직장 내 모유수유실 설치 등 가족친화적인 기업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회적 연대의 가치가 확보된다.
김인순 동국대 동서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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