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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감독, '대박 한방' 만연한 우리사회 허위의식 조롱

입력 : 2009-05-07 18:58:59 수정 : 2009-05-07 18: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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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독립영화 ‘신자유청년’
독립영화계의 ‘유희 지존’ 윤성호(33) 감독이 돌아왔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숏!숏!숏! 2009:황금시대’를 통해서다. 돈을 주제로 한 10가지 빛깔의 단편 10편을 엮은 이 옴니버스 영화에서 윤 감독은 고시원 총무 임경업의 52주 연속 ‘인생역전’을 바라보는 사회 각계의 한바탕 소동극을 유쾌하게 담아낸 ‘신자유청년’을 슬며시 끼워넣었다. 이 영화는 정치와 연애, 영화 세 가지 화두를 동시에 녹여낸 독특한 서사와 재기발랄한 입담이 압권인 ‘은하해방전선’(2007) 이후 윤 감독의 두 번째 옴니버스 참여작으로 오는 9월 개봉할 예정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이 블랙코미디의 가장 큰 해학은 물론 저마다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는 ‘인생 한방’에 대한 욕망을 일순간에 조롱거리로 삼는 촌철살인의 풍자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임원희(임경업)와 진중권 교수(시사평론가), 양해훈 감독(힙합 뮤지션), 이명선 진보신당 ‘칼라TV’ 리포터(국회의원), 허지웅 기자(대중문화 평론가), 윤성호 감독(개그맨 박성광) 등 각 캐릭터에 걸맞은 절묘한 캐스팅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지난해 ‘시사만화상’을 수상한 박순찬 화백의 시사만평과 ‘장기하와 얼굴들’ 음악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윤성호 감독은 이처럼 화려한 캐스팅의 비결을 귀에 솔깃한 시나리오와 치밀한 섭외 작전에서 찾았다.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임원희는 시놉시스만 보고 흔쾌히 우정 출연을 약속했고 제작비가 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연기력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양해훈 감독은 반강제적으로 출연시켰다. 가장 공을 들인 출연자는 역시 진중권 교수. 진 교수나 이택광 교수처럼 구체적인 시사 이슈를 통해 사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현상을 뽑아내는 시사평론가가 영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까닭에 지인을 통해 ‘밑밥’과 신호를 차근차근 보내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캐스팅 제의를 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겨우 승낙을 받았다.

◇단편 ‘신자유청년’을 통해 사회 곳곳에 만연한 허위의식을 꼬집은 윤성호 감독은 “새로운 프레임과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장편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특정 정치인 폭력사건이나 촛불집회 등 영화의 꽤 높은 패러디 수위와 정치적 날세움에 대해 윤 감독은 짐짓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손사래부터 친다. 그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아들이고 독실한 크리스찬인 데다 북한까지 싫어하는 나는 뼛속까지 중도우파인 사람”이라며 “행여 풍자해학극에 불과한 이 리버럴한 영화를 왼쪽에 치우친 것으로 바라본다면 이는 이 사회가 그만큼 반대로 기우뚱해져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생살이에서 한 번 크게 달라질 계기가 전혀 없는데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힘쓰기보다는 ‘나만큼은 언젠가 한방이 찾아오겠지’라고 믿는 나 스스로에 대해 한 번 쥐어박는 의미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EBS 영화 교양프로그램 ‘시네마 천국’ 인터뷰어로서 맨 마지막 방송분에서 이송희일 감독(‘후회하지 않아’)과 함께 독립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해마다 이달 말쯤 열리는 독립영화 상영제인 ‘인디포럼’을 준비하는 윤 감독은 최근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식 지원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그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독립영화=저예산 영화’란 등식이 통용되는데 장편 극영화에선 그 경계가 희미하긴 해도 엄연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어떠한 영화든지 간에 자본과 영화 산업체계로부터 동떨어져 존재할 순 없지만 독립영화는 영화의 본질이랄 수 있는 서사와 인물, 캐릭터를 먼저 고민하고 그 뒤에 투자·배급 등을 따지는 반면, 소위 주류·상업 영화는 본질과 별개로 판촉을 위해 동원되는 장치들이 먼저 고려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윤 감독은 독립영화가 충무로에 비해 “아름다운 가치를 제시한다”는 영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는 “독립영화계는 그동안 굳이 서울대에 입학하지 않아도, 판교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보여주는 데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새로운 프레임과 가치를 제시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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