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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고…” 민족의 한 서린 ‘목포의 눈물’

입력 : 2009-03-26 17:16:13 수정 : 2009-03-26 17: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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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지로 매립한 삼학도 복원공사… 2011년 옛 모습 되찾아
한반도 동남부의 상징이 부산이라면, 서남부의 상징은 전남 목포다. 서해안고속도로나 KTX를 타고 목포에 도착하면, 목포는 ‘작은 한반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선 목포는 3면이 바다다. 북쪽만이 육지와 연결됐고, 나머지는 죄다 바다다. 목포시에 속하는 섬이 많은 점도 눈길을 끈다. 목포시의 ‘목포관광안내지도’가 이 사실을 잘 담아냈다.

# 길과 산과 바다가 어울리는 땅


서울 등 북쪽에서 보면 목포는 길의 끝이지만, 실은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 땅의 상징과도 같은 1번 국도와 2번 국도가 만나고 시작되는 곳이 목포다. 순번이 큰 의미는 없겠지만 한반도 세로축과 가로축의 상징이 만나는 것 자체가 목포의 위상을 말해준다.

육지의 길보다 앞서 목포를 연결한 게 영산강과 바닷길이었다. 세종 때 진의 우두머리인 만호가 설치된 이후 목포진과 바닷길은 목포의 역사를 이어왔다. 호남 곡창지대를 달려갈 때 이용한 게 영산강이었고, 영남에서 한양으로 출발한 세곡의 운반 항로가 목포 앞바다였다. 지금은 목포발 여객선이 홍도·흑산도·제주도 등 한반도의 잔뿌리 같은 다도해의 섬들을 육지와 연결하고 있다.

바다만 있으면 어디 제대로 그림을 그려내겠는가. 한반도의 산맥이 자신을 낮추고 바다와 접선하며 내놓은 산이 유달산이다. 낮은 들과 바다에 위세를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산이라는 것만 알려주려는 듯, 228m로 낮다. 호남의 금강 혹은 개골로 불리는 유달산은 그런 점에서 시민과 호흡하는 산이다.

삼학도도 언급돼야 한다. 시민들은 목포의 꿈과 한이 서린 곳이 삼학도라고 말한다. 목포시는 간척지로 매립해 육지로 변한 삼학도를 복원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2011년이면 삼학도는 옛 모습을 되찾게 된다.

삼학도를 거쳐 유람선 선착장을 향하다 보면 갓바위를 접하게 된다. 아버지를 여읜 효자의 슬픈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아버지 바위’와 ‘아들 바위’의 모습을 카메라에 가득 담는다. 해상보행교가 설치돼 있어, 정면에서 바위를 한참 바라보았다.

# 예술과 애국이 공명하는 고장

자연의 조화를 목포의 절대적인 자랑으로 안다면 목포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다. 목포에서는 ‘예술의 정서’와 ‘애국의 마음’이 서로 빛내준다. 삼학도, 유달산, 노적봉 등 노래에 언급된 지명들이 어느새 목덜미를 떨게 한다. 노랫말이 하나같이 절절해서다. ‘목포의 눈물’이 그렇고 ‘강강술래’가 또한 그렇다. 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마저 간직하고 있으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민족의 혼을 담은 노래가 ‘목포의 눈물’이다. 가수 이난영이 수목장으로 묻힌 곳에서 들으니 절절하다. ‘목포의 눈물’에는 노랫말과 가락마다 민족의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음반 취입 당시 일제의 검열을 피하고자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으로 노랫말을 바꿔 불러야만 했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광복 이후 본래 가사인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를 맘껏 부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장 ‘이난영 나무’가 있는 대삼학도에는 종일 그의 노래가 들린다. 특유의 콧소리와 애간장을 끊어내는 창법이 한의 정서를 잘도 담아낸다. 독특한 창법은 흉내조차 힘들다. 이미자와 조용필 김정구 등 내로라하는 가수의 모창대회는 있지만 “이난영 모창대회는 없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강강술래는 어떤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적군을 속이려고 유달산의 노적봉에 군량미를 쌓아 큰 노적으로 보이게 하며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강강술래다. 목포만큼 생활 속에서 노래에 ‘나라 사랑의 감정’을 잘 드러낸 곳이 있을까 싶다.

# ‘사랑의 섬’ 외달도


국민 애창가요 ‘목포의 눈물’로 감정의 정화를 경험한 뒤에, 목포가 자랑하는 외달도를 향한다. 외달도는 ‘달리도 밖에 있는 섬’이란 뜻을 간직하고 있다. 외달도는 고하도와 달리도 등과 함께 목포의 6개 유인도 중의 하나다. 목포에서 바닷길로 6㎞다.

연인들에게는 ‘사랑의 섬’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의 20여가구들이 거의 모두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듯, 집집이 민박 간판을 걸고 있다. 그중 해안가에 접한 곳에 정갈한 한옥이 눈에 띈다. 외달도청년회에서 운영하는 한옥민박은 전통과 낭만, 여유, 사랑을 죄다 경험하려는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이다. 70대 노인들이 한옥 마루에 앉아 말을 주고받는다. “내가 청춘이먼 이곳에 애인 데꼬 와 집엘 안 가겄네.” “그러게 말이시, 돈도 명예도 젊음만큼은 안 된당께.”

외달도는 해수풀장이 있어 여름에 인기가 많다. 봄철엔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사색 여행지로는 최고다. 외달도를 찾는 날, 마침 해무가 많아 꽃밭과 오솔길을 갖춘 작은 섬이 더 신비해 보였다. 부채꼴 모양의 섬을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족하다.

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신진해운(061-244-0522) 페리가 목포 출발기준으로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2시간마다 5회 왕복 운항한다. 여름 성수기 때는 오전 6시50분부터 운항하고, 운항 횟수가 늘어난다.

# 내달 3일부터 유달산 꽃 축제

목포는 계절마다 축제를 마련한다. 4월 3일부터 사흘간 마련되는 유달산 꽃 축제가 사계절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희망 나눔, 봄꽃으로 초대’다. 유달산 곳곳에서 꽃 그림 사생대회와 꽃 장식 대회가 열린다. 40여개의 행사가 펼쳐지며 식목일인 4월 5일 봄 소식 백일장 대회 대동놀이 ‘화합 한마당’ 공연으로 축제가 마무리된다.

목포=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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