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촬영 때 술자리 합석 은밀한 제의
‘연예인 지망생들 연결’ 전문 브로커까지” 고(故) 장자연씨 문건을 계기로 연예계 성상납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재계 인사들도 스폰서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한 케이블 방송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A(여)씨는 20일 “스폰서는 드라마에 투자하는 대기업이나 관계사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등 동남아 재벌들도 있다”면서 “현지 방송사 사장부터 재벌 2세까지 다양하다”고 폭로했다.
A씨는 10대 후반부터 학원형 기획사를 시작으로 서너 곳의 기획사를 거쳤으나 스폰서 제의가 끊이지 않아 현재는 기획사에서 나와 혼자 활동한다고 말했다.
A씨는 “촬영 때문에 동남아 국가에 갔다가 회식인 줄 알고 나간 저녁식사나 술자리에서 (현지 스폰서들을) 만났다”며 “처음엔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했는데 자리가 길어지면서 은밀한 제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동남아에 가면 특히 대기업 사장 자제들의 모임에 합석하는 일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고 사업이나 관광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제안하기도 한다”며 “한국에 현지처를 만드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는 기획사 대표나 매니저가 다리 역할을 하지만 아예 스폰서와 연예인 혹은 연예인 지망생을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가 있다는 게 연예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무명 연예인은 동남아 스폰서로부터 금전적인 지원도 받지만 현지 방송에 진출할 기회도 얻는다는 것. 거절할 때면 어김없이 브로커로부터 ‘연예인 하기 싫으냐’, ‘한 번만 참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등의 감언이설과 협박 아닌 협박을 듣는다고 한다.
실제로 A씨는 “1억∼2억원을 준다는 스폰서 제안을 거절했는데 다른 기획사 소속 연예인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며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을 드라마 제작하는 데 보태고 출연료 없이 조연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스폰서 제의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게 싫어서 기획사를 나와 배고프고 힘들어도 혼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많다”며 “이번 기회에 연예계 성상납 고리가 제발 끊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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