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20일(한국 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조 2라운드 1·2위 결승전에서 일본에 패해 조 2위가 됨에 따라 준결승 맞상대는 2조 1위 베네수엘라로 결정됐다.
한국팀은 22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베네수엘라와 4강전에서 격돌한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최고스타를 망라한 드림팀이 출범한 이후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베네수엘라와 국가 대항전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과 2007년 국제야구연맹(IBAF)이 주관하는 대륙간컵과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각각 9-2, 4-0으로 이기긴 했으나 당시 베네수엘라는 메이저리거가 한 명도 없는 아마추어 팀이었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팀 가운데 투수력과 타격의 균형이 가장 잘 잡힌 팀으로 꼽히는 베네수엘라는 현역 메이저리거를 16명이나 보유한 강팀이다.
지금까지 모두 7경기를 치른 가운데 팀 타율이 3할9리에다 팀 홈런이 12개나 되는 등 가공할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미국과의 경기에서 6-15로 한 차례 패한 것 외에는 모두 승리를 거뒀으며, 미국과는 1라운드 순위 결정전(5-3 승), 2라운드 순위 결정전(10-6 승)에서 다시 만나 모두 이겼다. 또다른 우승후보로 꼽히던 푸에르토리코 역시 2라운드에서 만나 2-0으로 제압한 바 있다.
호세 로페즈, 앤디 차베즈(이상 시애틀)를 비롯해 미구엘 카브레라, 카를로스 기옌, 매글리오 오도네즈(이상 디트로이트) 등 상하위 타선에 배치된 대부분의 선수가 경계대상이다.
특히 3번 타자로 나서는 호세 로페즈는 이번 대회에서 6경기에 출장해 20타수 10안타(타율 .500), 2홈런을 기록하고 있어 요주의 1호 선수로 꼽히고 있다.
또한 포수를 번갈아 맡고 있는 헨리 블랑코(샌디에이고)와 라몬 헤르난데즈(신시내티)도 각각 타율 5할(10타수 5안타), 4할(15타수 6안타)을 기록하는 등 한국 투수들이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마운드 역시 강하다. 베네수엘라 선발진의 주축으로는 ‘킹 펠릭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카를로스 실바(이상 시애틀)가 있다.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시즌 9승 11패, 평균자책 3.45로 다소 부진했지만 2006년 12승 14패, 2007년 14승 7패로 2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올린 수준급 투수다. 이번 대회에서는 두 차례 등판해 2승을 올리면서 8.2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메이저리그에서 2006, 2007년 2시즌에 걸쳐 각각 11승, 13승을 올린 실바도 이번 대회에서 2경기에 나서 1승을 거두고 11이닝 동안 1실점만 했다. 대회 2경기에 등판해 1승을 올리면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엔리케 곤잘레스까지 베네수엘라는 막강 투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마무리 투수로 ‘K-로드’라는 별명이 붙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뉴욕 메츠)가 버티고 서 있다. 이번 대회 5경기에 나서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는 로드리게스는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2승 3패, 62세이브,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한 최고 마무리 투수다.
준결승부터는 선발 투수의 최대 투구수가 100개로 늘어나, 한국 대표팀이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에 오르려면 선취점을 빨리 얻어 선발 투수를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가 쉽지 않은 상대이나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과 막강 계투작전, 한국식 발야구 등이 조화를 이루면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준결승 경기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는 한인 교포가 많아 더욱 힘을 얻을 것이란 점도 한국팀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김형구 기자 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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