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물 대부분을 유리로 덮는 경우가 많아 건물 외벽에 간판을 걸 공간이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향후 비슷한 분쟁 사례를 해결하는 데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지상 8층짜리 상가ㆍ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섰다.
그런데 건물 전체가 유리로 덮여 있는 구조다 보니 간판을 내걸 수 있는 공간이 1층과 2층 사이의 좁은 외벽 공간밖에는 없었다.
건물 준공 후부터 지금까지 이 공간에는 1층 대로변에 입주한 은행 지점과 갤러리 2곳만 간판을 달아 왔다.
그런데 2층 이상에 입주한 다른 점포들이 간판을 달 수 없게 돼 불만이 고조되자 소유자들의 연합체인 건물 관리단은 최근 문제의 공간에 다른 층 점포들의 간판도 함께 달기로 했다.
이번엔 은행 지점과 갤러리가 반발했고 이 공간을 원소유자로부터 위탁받은 국민은행은 관리단이 다른 점포 간판을 달지 못하게 해 달라며 간판 설치 금지 및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국민은행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집합건물 외벽은 공용 부분으로 그 관리는 소유자들의 결의나 규약으로 정할 수 있어 이 공간을 배타적으로 쓰려면 결의나 규약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현재 간판이 달려 있지 않은 1∼2층 사이 공간까지 독점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규약이 존재함을 소명하기에 부족해 신청인에게 추가 간판 설치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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