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법무법인, 성인도 악용 우려" 반발
검찰과 경찰이 영화 불법 다운로드 같은 경미한 저작권법 위반 고소 사건을 각하하는 등 형사부담을 대폭 완화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저작권자와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 반발이 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 집단과 시민단체에서는 “저작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선의의 청소년까지 ‘전과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검, 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위원회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열고 ‘묻지마 고소’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와 음악파일 등을 다운로드 또는 업로드한 청소년이 무더기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해결하고자 나선 것이다.
회의에선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 개정, 저작권 교육 수강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 처분 확대, 초범은 고소 각하 등 세 가지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검·경은 “초범이나 위반 내용이 경미하면 고소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저작권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은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지적재산권 사건을 전담하는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초범이고 경미한 사범은 지금도 검사 재량으로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면서 “처벌 수위가 더 낮아지면 성인이 청소년 명의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일을 불법으로 공유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저작권자와 법무법인 이윤을 위해 수사기관이 동원되는 것은 사실상 ‘공권력의 사유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손승우 단국대 법대 교수는 “외국은 상습적이고 도가 지나친 저작권 침해만 가려내 형사처벌하는 등 일정한 기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어 무차별적 형사고소가 남발되고 폐해도 크다”면서 “초범이나 경미한 저작권법 위반사범에겐 ‘단속과 처벌’보다 ‘교육과 계도’를 우선으로 하고 형사처벌의 명확한 기준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달 중순 한 차례 더 회의를 갖고 고소 각하 등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안상돈 대검 형사1과장은 “저작권자와 법무법인 의견을 좀 더 들어본 뒤 1월 중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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