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벤 호어 외 지음/박시룡·김승태 옮김/다섯수레/각 8500원 |
부처님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로지 내가 홀로 존재한다)이라고 외쳤다고 하지만, 그도 아버지를 통해 잉태됐고 어머니 배를 빌려 세상에 나왔다.
아주 작은 박테리아부터 거대한 고래까지 모든 생명체는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생물들은 먹이를 찾고, 번식을 하고, 보금자리를 찾을 때 다른 생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속고 속이는 관계일 수도 있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일 수도 있다.
‘딱새를 속여 번식하는 뻐꾸기-번식공생’(벤 호어 지음), ‘진딧물을 길들이는 붉은개미-길들이기공생’(아만다 하먼 지음), ‘모기가 빤 피를 깔따구가 훔쳐 먹어요-먹이공생’(롭 휴스턴 지음), ‘진드기는 송장벌레 등에 타고 옮겨 다녀요-이동공생’(키어런 피츠 지음), ‘기생벌은 숙주인 왕거미를 먹어치워요-기생포식’(제임스 W R 마틴 지음), ‘할미새는 들소 몸에서 기생충을 청소해요-둥지공생’(브리지트 자일스 지음) 등 6권으로 구성된 ‘공생과 기생’ 시리즈가 완간됐다.
![]() |
◇청소새우(점선 안)가 붉바리의 입가에 사는 기생생물을 찾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청소하는 동안 입을 벌려주는 붉바리의 표정이 재미있다. |
‘공생’은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사람과 개의 관계는 서로 이익을 얻는 대표적인 상리공생 관계이다.
생물의 생존 방식이기도 한 공생 관계를 들여다보는 ‘공생과 기생’ 시리즈는 다양한 생물 종의 생태를 정확하게 포착한 사진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책으로 생물들의 사생활과 이웃과의 관계 맺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먼저, ‘번식공생’을 다룬 1권 ‘딱새를 속여 번식하는 뻐꾸기’는 번식을 둘러싼 생물들의 관계를 속속들이 살핀다. 식물이 씨를 퍼트리는 과정, 동물이 알과 새끼 낳는 과정에 생물과 생물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권 ‘진딧물을 길들이는 붉은개미’는 사람이 길들이는 동물과 식물, 서로를 길들이는 곤충과 곰팡이, 그리고 노예를 부리는 개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먹이’를 둘러싼 생물들의 관계를 살핀 3권 ‘모기가 빤 피를 깔따구가 훔쳐 먹어요’는 가끔씩 숙주를 찾아 피와 피부를 먹는 흡혈박쥐와 진딧물, 숙주의 몸속에 살면서 먹이를 얻는 촌충과 구충, 콩과 식물에게 질소화합물을 만들어주는 박테리아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4권 ‘진드기는 송장벌레 등에 타고 옮겨 다녀요’는 다른 동물의 몸에 붙어 이동하거나, 먹이를 훔쳐 먹는 기생생물을 다뤘다. 사마귀 알집에다 알을 낳고 새끼들이 사마귀의 애벌레를 잡아먹게 하는 수중다리좀벌, 소똥구리의 똥에다 알을 낳고 새끼가 똥을 차지하게 하는 파리를 비롯해 다양한 기생생물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밖에 5권 ‘기생벌은 숙주인 왕거미를 먹어치워요’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면서 숙주를 죽게 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기생생물들을, 6권 ‘할미새는 들소 몸에서 기생충을 청소해요’에서는 한집에서 같이 살거나 다른 동물의 몸을 청소해 주는 공생 이야기를 다뤘다. 잘 알려진 악어의 이빨에 낀 음식물을 청소해 주는 악어새뿐 아니라, 말미잘의 촉수 사이에 숨어 사는 흰동가리와 아프리카들소의 몸에 사는 진드기나 기생충을 먹어 청소하는 노랑부리할미새, 다른 물고기의 몸에 붙은 오물과 기생생물을 먹어 깨끗하게 해 주는 양놀래기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