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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부동산경제학 |
위헌 결정은 당연한 것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1%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을 하지만, 종부세 도입 목적인 형평적 소득 재분배,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시장안정, 재정 불균형 해소 등이 오로지 이들 1%의 책임인가를 반문해야 한다. 이 1%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가져왔고, 이들의 소득이 너무 높아서 분배구조가 악화되었으며, 이들로부터 거둔 부동산세가 다른 지역 살림살이를 돕는 최적의 수입원이 아니라면 1%를 거론할 이유가 없다. 1%와 99%를 대립시켜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불순한 동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소수로부터 많이 거두어서 다수가 나누어 갖는 것이 그리도 좋다면 차라리 ‘재벌세’를 신설하자. 6억원, 9억원 정도가 아니라 100억원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재산가액의 1%씩만 매년 거두어도 꽤 짭짤한 세입원이 될 것이고, 이 돈으로 지방을 돕든 저소득층을 돕든 좋은 일에 쓰면 된다. 재벌세가 나쁜 세금이라면 동일한 이유로 종부세도 나쁘다.
이제는 종부세가 폐지된다는 전제 하에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로, 투기가 재연되고 주택가격이 급등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종부세 도입 당시 정부가 무슨 명분을 내세웠든지 상관없이 그 진정한 의도는 강남 주택가격 상승을 막으려는 경기 조절 목적이었다.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고 건설업체들의 대량 부도가 걱정이니 최소한 원래 상태로 회귀하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조세를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부동산 조세 본연의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로부터 참여정부가 잘못 꿴 단추를 풀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조세보다는 거시경제의 안정과 미시적 수급균형 대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가 주택공급을 소홀히 한 것이 걱정이다. 주택수급을 보면, 침체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급등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종부세 세수를 이용한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정부의 재정을 늘렸는데, 이 재원이 끊어지는 문제가 제기된다. 부동산교부세는 2005년 6500억원에서 2007년에는 1조9000억원, 내년도 예산은 무려 3조4000억원 규모이다. 이 액수 전액이 신규 재원은 아니었다. 2006년 이전까지는 재산세 및 거래세 감소분에 대한 보전액이 상당부분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 지방정부들이 종부세로부터 큰 혜택을 본 것은 2007년부터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작년의 거액 교부세를 우연한 횡재로 치부하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 수십년간 부동산교부세 없이도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역학상으로는 무언가 중앙정부가 따로 재원을 만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로, 중산층 붕괴 등에 덧붙여 종부세 폐지가 소득분배 구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종부세가 역진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부세 대상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꼭 고소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소득분배의 문제를 재산세로 풀려고 했던 것은 잘못이다.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면 소득세로 접근해야 한다. 유럽 여러 나라가 주는 교훈처럼 소득세도 일정한 한도 내에서 활용돼야 한다. 결국 경제활동의 결과를 세금으로 보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부자들의 소득을 낮추는 데 힘쓰기보다는 저소득층을 돕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이들의 고용과 소득을 높이는 교육, 훈련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부동산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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