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편성 비상… 각종 사업 보류·취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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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전날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 일부 위헌 결정에 따른 종부세 환급 등 정부 후속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특히 부동산 교부세 의존도가 큰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는 올 연말 내려올 예정이던 부동산 교부세를 한푼도 못 받을 처지여서 내년도 예산 신규 사업은 손도 못대고 기존 사업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각 지자체들이 부동산 교부세를 주민복지사업 예산으로 주로 써온 것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애초 전망한 2008년도 종부세 징수분은 2조6000억원이었다. 그러나 헌재의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등의 결정으로 5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종부세 징수분은 2조1000억원으로 줄게 됐다.
정부는 종부세를 재원으로 한 부동산 교부세로 광역 시·도에는 거래세 감소분을, 시·군·구에는 재산세 감소분을 각각 내려보내고 남는 금액은 시·군·구에 지방균형 재원으로 매년 4월과 12월 2차례 주고 있다.
종부세는 1000만원 이상은 분납이 가능해 통상 12월에 60%를, 이듬해 1월에 40%를 납부하는데, 올 12월에는 1조2600억원 정도가 걷힐 전망이다.
문제는 1조2600억원 가운데 올해 거래세 감소분 1조2000억원을 다음달 시·도에 내려보내면 시·군·구에 나눠 줄 재산세 감소분과 지방균형 재원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일부 기초 지자체를 제외하고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시·군·구들은 심각한 재정 압박으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계속 사업은 대폭 축소하고 신규 사업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게다가 헌재의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결정으로 올해 안으로 돌려줄 종부세 환급액이 6000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종부세 징수액에서 충당할 경우 시·도에 내려보낼 거래세 감소분이 1조2000억 원에서 6000억원으로 절반 줄게 돼 광역 시·도도 심각한 재정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예산 편성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지역 시·군들은 부동산 교부세가 2009년에는 179억원, 2010년까지 모두 1709억원 각각 줄어들 전망이어서 각종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경남도는 지방교부세율을 현재 19.24%에서 21%로 올려 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또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소득·소비세’를 빨리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지방소득·소비세가 도입되면 종부세 타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자체로서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북 영덕군은 올해 예산의 4%(100억원)나 차지한 부동산 교부세를 받지 못하면 예산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정부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교부세 3000억원을 받은 광주·전남 지자체들도 줄어들 세입 규모 파악과 함께 불요불급한 사업의 보류나 취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기초 지자체는 예산에서 부동산 교부세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줄어들게 되면 예산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올해 1600억원, 16개 구·군은 1200억원을 교부받았는데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강원도도 부동산 교부세가 500억여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자체들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종부세 징수금액을 종부세 환급 재원으로 쓰지 않고, 다른 재원으로 종부세 징수 감소분을 충당해야만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지자체에 숨통을 터 줄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이상민 조세개혁센터 간사는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기초 지자체에 내려가는 부동산 교부세가 사실상 100% 삭감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지방세인 재산세를 올리거나 국세를 지방교부세로 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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