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 직불금 제도 자체가 부정행위를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돼 있는 데다 정부의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먼 돈’ 사태를 부추긴 셈이다. 현행법에는 부당신청 사례가 적발됐을 때 처벌 규정은 직불금을 회수하고 3년간 신청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전부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쌀 직불금 부당신청 사례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31일 현재 2005∼07년 적발된 부당신청 사례는 5만2332건, 31억3206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회수된 금액이 22억5644만원(4만2870건)으로 전체의 72.0%에 달했다.
부당신청 적발 사례를 연도별로 보면 2005년은 2만6677건에 18억8584만7000원, 2006년에는 2만5256건에 11억8414만4000원, 2007년에는 339건에 6207만원이었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 지급 예정인 2008년산 쌀 직불금 신청자 가운데 농지 소재지에 살지 않는 ‘관외경작자’에 대해서는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쌀 직불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직불금을 받은 국가·지방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 오는 24일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부당수령 실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직불금을 받은 공직자 본인이나 배우자는 물론 동일 가구에 거주하는 직계 존비속도 포함된다.
행안부는 직불금을 받은 당사자들이 자진신고토록 한 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의 직불금 부당신청 의혹 고발 사건을 공무원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1부에 배당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 “행정안전부로부터 고위 공무원단 1508명 중 60∼70명이 가족 명의로 직불금을 신청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이들 중 대부분 부모가 경작을 하고 있어 97% 정도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내편 네편 없이 진상을 밝히고 망신당할 사람은 망신당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원재연·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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