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건군 60돌] 군대 좋아졌다지만…전력은 '막강' 복지는 '막막'

입력 : 2008-10-01 09:29:23 수정 : 2008-10-01 09:29:23

인쇄 메일 url 공유 - +

30년된 병영생활관서 아직도 '칼잠'자
수통·반합 등 70년대 만든 제품 수두룩
비새는 노후관사 "애들이 거지집이래요"
1일로 우리 국군이 건군 6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이 발발할 당시 전차와 전투기 한 대 없었던 국군은 1948년 건군 이후 60년이 지난 현재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했다. 국제적으로도 평화유지군으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장병과 그 가족 중 일부는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낙후된 시설에서 어려운 군생활을 보내고 있다.
 
◇경기 포천 OO사단 신병교육대 병영생활관의 내부 모습. 침상과 관물함 등이 1960~1970년대의 내무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포천=박병진 기자

# 아직도 ‘칼잠’자는 병영생활=지난 29일 중부전선 ○○사단 신병교육대 병영생활관. 과거 ‘내무반’으로 불리던 이곳은 지은 지 30년이 다 돼다 보니 빛이 바랠 대로 바래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60㎡ 정도인 건물 내부에는 목제 관물함에다 일렬로 놓인 구형 매트리스, 각 잡힌 모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찌그러진 수통과 반합 등 훈련병 보급품은 1970년 이전에 제조된 것이 수두룩했고, 천장에는 에어컨 대신 낡은 선풍기가 덩그러니 달려 60∼70년대 군 막사를 연상케 했다. 그나마 재래식 화장실이 좌변기로 바뀌고 샤워실이 갖춰졌다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이 부대는 지난여름 정원 40명인 병영생활관에 훈련생들이 넘쳐나자 야간에 생활관 앞에 24인용 대형 천막을 쳐 훈련생들을 수용했다. 부대 손모(37) 상사는 “훈련생들이 비좁은 생활관에서 ‘칼잠’과 피부병 등 고통을 호소해 여름철이면 중대별로 야간 천막을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며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노후 또는 불량 병영생활관은 육·해·공군 총소요분 1687개동 가운데 930개동에 이른다.
 
◇중부전선 OO사단의 부사관 관사가 낡고 노후화돼 30일 인부들이 지붕 위에서 빗물이 새는 것을 막는 방수작업을 하고 있다.

# 비 새는 노후관사 수두룩=다음 날인 30일 찾은 경기 안양 ○○군단 군인아파트. 아파트 벽면 곳곳이 누수와 배관 노후 탓에 곰팡이 자국으로 검게 얼룩져 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김모(38) 대위는 “장마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비만 오면 곰팡이가 많이 생겨 아이들이 항상 천식과 비염을 달고 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이 ‘거지 집 같아 놀러가고 싶지 않다’는 친구들의 얘길 전할 때가 제일 가슴 아프다”면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인들이 이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데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씁쓸해했다.

전날 방문한 포천 ○○사단 ‘소야’ 관사. 1981년 지어진 50㎡ 규모의 이 관사는 모두 24가구로 부사관 가족과 독신 간부들이 주로 생활하고 있는데, 건물 모습과 주변 환경이 마치 빈민촌을 방불케 했다. 마침 기자가 찾았을 때 부대에서는 지붕 누수 방지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공사를 하던 한 인부는 “슬레이트로 지은 지붕 곳곳에 생긴 틈새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 땜질처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사 현관은 비만 오면 천장에서 새는 빗줄기로 바닥에 양동이를 받쳐야 할 정도고, 안방 천장과 벽면에는 검게 핀 곰팡이로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군에서 부사관 이상 군 간부들이 사용하는 군 관사는 총 7만1025가구(소요)로 이 가운데 25년 이상된 노후관사가 6934가구(9.8%)이며, 협소(50㎡ 이하) 관사가 1만9441가구(27.4%)로 전체 37%를 차지한다.

이들 노후·협소 관사들은 군인들 사이에서도 기피현상이 두드러져 현재 비어있는 곳이 많고, 제때 보수되지 않아 급속히 노후화하고 있다.

# 독신자숙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중부전선 ○○사단 ××연대 1대대 독신자 숙소. 조립식 가건물로 지어진 50㎡ 숙소에 초급장교 5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원래 한 명이 살도록 돼 있는 숙소에 4명이 추가되다 보니 베란다 공간에다 별도 방을 만들어 거주 여건은 전방부대 병사들 병영생활관보다 훨씬 뒤떨어졌다. 총소요 11만3353실 가운데 낡거나 부족한 독신자 숙소는 5만6076실로 전체 49%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한 명이 거주하도록 돼 있는 숙소에 보통 2∼4명이 생활하기 일쑤다. 한 독신 장교는 “병사들의 병영생활관은 전방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데 반해 초급장교들의 독신숙소는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이 때문에 독신인 초급장교들의 사기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결국 돈 문제다. 군에 간 자녀들을 위해 구호만 요란한 정치적인 선전보다는 실속 있는 ‘군 선진화’가 시급하다”면서 “건군 60주년을 맞아 군 장병의 복지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병영생활관 및 간부숙소 현황(07.12월말 현재)
●병영생활관
구 분 단위
소요
양호
(기개선)
노후, 불량
육군 생활관 대대 666 379 287(43%)
해공군 생활관 1021 378 643(63%)
GOP/해강안소초 957 592 365(38%)
●군 관사
총소요 양 호 개선소요
(노후/협소관사)
부족분
7만1025(세대) 4만4199(62.2%) 2만6375(37.2%) 451(0.6%)
●독신숙소
총소요 양 호
(기개선)
개선소요(’08∼’13)
부족 노후
(25년이상)
11만3353(실) 5만7277(51%) 4만1059 1만5017 5만6076(49%)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