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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화 굴곡의 가족사…아버지도 간첩, 남한 침투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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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8-29 09:58:28 수정 : 2008-08-29 09: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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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 여동생·남동생 보위부 소속 '공작원 가족'
출신성분·학업성적 우수 '엘리트' 코스 거쳐
원씨, 남측 정보요원과 접촉 '이중간첩' 역할도
탈북자로 위장해 공작활동을 벌이다 검거된 여간첩 원정화(34·사진)는 친아버지도 북한 공작원으로 남한에 침투하다 사망하는 등 비운의 가족사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남한에서 원씨는 북한을 위해 간첩활동을 하면서도 남측 정보기관 요원의 요청을 받고 북측 정보를 수집해 전달하는 등 ‘이중간첩’ 역할을 했다.

◆우수한 출신성분= 28일 합동수사본부의 공소장에 따르면 원씨가 태어난 1974년 그 해 친아버지는 특수부대에서 남파 훈련을 받고 남한 침투 중 사망했다. 이후 그는 어머니와 계부 김모씨 사이에 출생한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여동생은 현재 보위부 공작원, 남동생은 보위부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씨와 함께 남한에서 활동하다 구속된 의붓아버지 김모씨는 평양미술대학을 나와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좌를 거쳐 조선노동당 만년보건총국 함경북도 관리처 계획과장 등을 지냈다. 원씨의 학력은 1989년 고등중학교를 중퇴한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는 학창시절 학업성적이 뛰어나 최우등 표창을 자주 받았다.

원씨는 학교를 그만둔 15살에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중앙위원회에 선발돼 공작원 양성학교인 금성정치군사대학(김일성정치군사대학의 전신)에서 돌격대 간부교육을 이수하는 등 일찌감치 공작원의 길로 들어섰다.

몇개월 뒤인 1989년 10월 중순에 원씨는 공작원 양성소인 특수부대에 입대해 정식 교육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독침뿌리기, 표창던지기, 도르래 산악훈련, 사격 등 힘겨운 공작훈련을 견뎌내며 미래 남파간첩의 역량을 키웠다.

◆끈질긴 임무수행과 이중간첩=중국에서 보위부 소속 공작원으로 활동하던 원씨는 2001년 9월 남한 잠입을 앞두고 보위부 지도원에게서 소형 카메라와 자살용 독약 6알, 공작금 1만달러를 받았으며, 이때 “그 어떤 유혹의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내용의 충성맹세문을 작성했다.

그해 10월 남한에 들어온 원씨는 미군부대 위치 파악과 북한 관련 신문사설 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탈북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거처를 알아내려 할 때는 몸을 아끼지 않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원씨는 2006년 6월 탈북자동지회를 찾아가 황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얼마 뒤 그는 알고 지내던 정보기관 요원 김모씨와 잠자리를 가진 뒤 “황장엽씨는 지금 어디 있느냐”고 대놓고 물어봤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해 8월에는 탈북자후원회 팀장을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결국 포기했다.

원정화는 탈북자를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남한 정보요원들을 돕는 등 이중간첩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원씨는 2003년 3월 서울에서 정보요원 이모씨를 만나 “북한의 군사기밀을 파악해 달라. 딸은 우리나라에서 키워줄 것이며 협조하면 매월 500만원씩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실제 북한 군사정보를 수집했으나 남한에 넘겨도 되는지 북측에 보고한 뒤 이씨에게 건넸다.

◆양심 앞에 흔들려= 원씨는 남한 정보기관 요원 이모씨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2004년 1월 홍콩으로 건너가 3일간 호텔에 함께 투숙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공안당국은 “원씨는 그동안 자신에게 잘 대해준 정과 살인 후 검거될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포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일이 있은 직후, 원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공중전화를 통해 “제가 차마 이씨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양심상 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보고했으며, 상부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호근 기자
 root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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