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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남스파이 장쾌한 첩보액션…영화 '다찌마와리'

입력 : 2008-08-15 09:14:56 수정 : 2008-08-15 09: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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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트 흩날리며 명동거리 주름잡던 다찌마와리를 기억하는가. 14일 개봉한 ‘다찌마와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는 2000년 인터넷을 달궜던 동명 단편의 극장 버전 코미디. 류승완 감독은 다찌마와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확 바꿨다. 과장과 오버 코미디의 정점인 이 영화 앞에선 올림픽도 어림없다.

◆더 박력있고 호쾌해진 그 남자=호방하다, 호방해. 영화의 척추는 역시 다찌마와리. 절도있게 빗어넘긴 2:8 가리마와 바람소리 쉭쉭 가르는 날렵한 액션이 돋보이는 남자. 그에게 걸리는 악인은 전부 인간 사표 쓰고 지옥행 KTX 탈 생각 해야 한다. 그뿐인가. 스타일 만개한 롱코트 걸치고 고독한 듯 수줍게 미소 한번 흩뿌리면 관객들 애간장이 땡볕 아래 초콜릿처럼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린다. 이 영화 그냥 다찌마와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본전 뽑는다. 

일찍이 류승완 감독은 “임원희가 아닌 다른 다찌마와리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니 임원희만큼 진지할수록 웃기는 이 쾌남 스파이역을 넘치거나 모자람없이 해낼 이도 드물다.

이야기도 장쾌하다. 인터넷 단편이 경성을 배경으로 한 협객물이었다면 이번엔 전 세계를 넘나들며 활약을 펼치는 첩보스파이물이다.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사십년. 일제가 독립군 명단이 들어있는 금동불상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 된 가운데 조선 제일 여성 스파이 금연자(공효진)가 실종된다. 이때 등장한 이는 바로 다찌마와리. 첩보계의 진짜 사내로 통하는 그는 관능적인 스파이 마리(박시연)를 파트너 삼아 온갖 ‘신상’ 무기들로 무장하고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이제 그는 상하이와 만주 벌판, 미국과 구라파 등 전 세계를 제집처럼 왕래하며 눈 휘둥그레지는 대액션과 감질나는 로맨스를 선사한다. 

비록 다찌마와리의 아우라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다른 캐릭터도 볼 만하다. 류승범은 국경 살쾡이로 어색한 듯 개성강한 연기를 선사하고 박시연은 스파이 마리 역으로 실제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 기타 올망졸망 조연 캐릭터들의 톡톡 튀는 모습도 살갑다.

◆간드러지는 B급 스타일=‘다찌마와리’는 한마디로 60∼70년대 충무로 첩보 어드벤처 장르를 복각해서 서극의 ‘칼’ 같은 액션 활극을 버무린 21세기형 퓨전 코미디쯤 되겠다. 거기에 연극적 연기와 만화적 이미지, 무성영화 스타일을 고명처럼 얹어낸다. 만주벌판은 영종도에서, 알프스는 용평스키장에서 촬영하고 성수대교 밑을 흑룡강변이라 우기는 뻔뻔한 로케이션은 또 어떤가. 

특히 시종 문어체로 나오는 주옥 같은 대사들이 압권. 일백프로 후시녹음으로 뽑아낸 대사들은 귀에 착착 감기는 트로트이자 연방 웃음 폭탄을 던지는 테러리스트다. 이를테면 “조국과의 사랑을 배신한 넌 간통죄야” “이제야 내 마음이 재건축되어 새로운 새입자를 받을 준비가 되었건만 그대가 떠나다니” 등 그대로 신소설의 한 구절을 보는 듯 생경한 멋이 일품이다. 엉터리 외국어 대사와 자막으로 벌이는 장난질도 어이없지만 웃긴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에서 총천연색 B급 정서와 울긋불긋 장르적 상상력을 마음껏 벌여놓기로 작심한 듯하다. 싸구려 냄새 진동하는, 좋게 말해도 키치 수준을 넘지 않는 조악한 스타일을 우격다짐하며 마치 “나랑 취향 맞는 사람만 봐”라는 묘한 자부심도 풍긴다. 어쨌든 이미 주류에 편입했으면서도 과감하게 비주류 이야기를 만드는 그 기개가 호방하다, 호방해.

그래도 액션신만큼은 여느 때깔 좋은 대영화 못지않다. 만주벌판에서 다찌마와리가 마적단과 싸우는 장면은 척추를 위아래서 잡아 늘어뜨리는 듯 찌릿한 쾌감을 준다. 액션 영화에 대한 감독의 끝없는 애정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 정리하자. 이 사회의 모든 악인들이 없어질 때까지 지옥행 급행열차는 문 ‘닫지 마라 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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