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는 이에 따라 부부 공동명의의 아파트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다른 세금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만연하기는 힘들지만 가격대에 따라 부부 공동명의가 ‘세테크’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배우자 간 증여 한도가 6억원으로 높아져 뚜렷한 소득이 없는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 부담도 줄어들어 이래저래 세금의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공동명의로 절세 가능 =현행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으로 매겨진다. 아무리 다른 식구 앞으로 부동산 명의를 바꿔놓고 분산해 놔도 세금을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대별 합산이 인별 합산으로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과기준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아진다.
공시가격 18억원짜리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아파트를 부부가 절반씩 공동명의로 등기를 해놓으면 종부세는 물지 않게 된다.
하지만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과정에서 증여세가 발생한다. 부동산 세제개편과 무관하게 올해부터 증여세제가 완화되면서 배우자에게는 6억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고 증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6억원을 넘는 증여재산에 대한 세금을 고려할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정도의 단독명의 아파트는 공동명의로 바꾸면 증여세와 종부세를 모두 물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증여분에 대해 추후 양도세의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일부 줄어들고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를 내야하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부담을 줄일 여지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갖고 있는 집이 한 채 이상인 경우에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종부세는 피할 수 없지만 다른 세금의 절세를 위해 이미 주택을 공동명의로 해놓은 다주택자라도 지금보다 세금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금과 세무사들’ 대표 김청식 세무사에 따르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에 11억400만원 짜리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이와 별도로 5억1750만원 짜리 단독주택을 남편 명의로 보유한 A씨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체 보유액 16억2150만원에서 6억원을 뺀 10억2150만원이 세금 과표였다. A씨는 이에 대해 937만2202원의 종부세와 187만4440원의 농특세 등 1124만6642원의 세금을 물어야 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변동이 없고 종부세의 인별합산 전환과 부과기준 9억원이 채택된다면 세 부담액은 182만5200원으로 84% 가까이 줄어든다. 공시가격 5억5000만원가량의 아파트 절반을 보유한 부인은 종부세 대상이 아니고 나머지 본인 보유분에 대해서도 과표가 1억690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도 공동명의로 세금 감소=또 다른 사례로 남편 명의로 강남 36평(공시가격 7억6000만원)아파트, 안산 32평(1억5000만원) 아파트 두 채를, 부인 명의로 강남 54평(17억5200만원)아파트, 수원 62평(5억6800만원) 아파트 두 채 등 총 32억3000만원짜리 아파트 4채를 가진 ‘집부자’ B씨는 A씨처럼 극적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B씨도 물어야 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난해에는 두 사람 보유분에 대한 합산으로 모두 3431만6666원의 종부세(농특세 포함)를 물었지만 바뀐 기준이 적용되면 남편 쪽을 중심으로 부담이 크게 줄어 총세액은 2149만2000원으로 1200만원 이상 감소한다.
종부세 감면이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부부 공동명의로 종부세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간 사회적 논란을 불어일으킨 ‘절세용 위장이혼’은 양도세를 덜 내려는 일부 다주택자를 제외하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청식 세무사는 “절세를 위해 주거와 주민등록을 옮겨놓고 ‘위장 황혼이혼’을 하는 장년 부부들이 적지 않았다”며 “인별 합산이 이뤄지면 이런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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