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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북한 금강산 특구 내 해수욕장 인근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박왕자씨와 함께 금강산을 찾았던 관광객들이 예정보다 앞당겨 이날 서울 잠실운동장역에 도착한 뒤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기고 있다. 연합뉴스 |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북측으로부터 연락받은 현대아산 측과 통일부의 설명에 따르면 숨진 박씨는 일행 3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9일 강원 고성을 통해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다. 박씨는 10일 내금강 관광을 마치고 온정리 금강산 특구 내 비치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11일 오전 4시30분쯤 호텔을 빠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호텔 인근 해수욕장에서 산책을 하다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욕장과 북측 군 경계지역은 철조망이 아닌 연두색 펜스로 가로막혀 있다. 박씨가 펜스를 넘어갔는지, 해수욕장을 헤엄쳐서 넘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측 주장에 따르면 박씨는 해수욕장 경계선으로부터 군 경계지역 방향으로 약 1.2㎞가량 진입했으며 이때 북측 초병이 박씨를 발견, ‘정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놀란 박씨는 뒤돌아서 숙소가 있는 해수욕장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북측 초병이 약 1㎞를 쫓으며 계속 정지하라고 했지만 박씨가 도망치자 공포탄 한 발을 쐈다. 하지만 박씨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자 북측 초병은 실탄을 발사했고 박씨는 날아온 탄환에 우측 등쪽과 좌측 엉덩이를 관통당해 숨졌다. 해수욕장 경계선까지 200m를 남긴 거리였고, 시간은 5시를 가리켰다.
오전 7시40분쯤 현대아산의 관광 조장이 이날 관광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인원 소집을 하던 중 박씨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박씨의 소재를 찾으려 애를 태우던 현대아산 현지 사무소 측은 사건발생 4시간20분이 지난 오전 9시20분쯤 금강산 북측 담당인 명승지개발지도국으로부터 박씨가 숨진 사실을 통보받았다.
9시40분쯤 현대아산 현지 직원과 금강산병원장이 현장으로 가 시신을 수습했으며, 11시20분에 서울 현대아산 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현대아산 측은 10분 후 통일부 등 정부 당국에 사건경위를 보고했다. 박씨의 시신은 오후 1시쯤 남북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옮겨져 속초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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