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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왼쪽)이 11일 청와대에서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왼쪽 두 번째),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왼쪽 세 번째), 박형준 홍보기획관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먼저 정부의 대북 보고라인이 제대로 가동됐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대아산이 통일부에 보고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이 보고된 것으로 드러나 늑장 대응을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이날 피격사건이 일어난 뒤 국회 개원연설에서 북에 전면적 대화를 제안, 관계개선에 대한 전향적인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위기관리 상황팀이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보고한 시각이 통일부가 첫 보고를 받은 10분 후인 오전 11시40분이었고, 통일부가 청와대 통일비서관에게 보고한 시각은 오전 11시45분이었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정 실장에게 보고한 시각이 오전 11시50분이고, 낮 12시에는 대통령의 개원연설문이 기자실에 배포됐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회로 출발하기 앞서 관저에서 외교안보수석과 정 실장에게 보고를 받았다. 결국 정 실장이 첫 보고를 받은 뒤 무려 1시간50분이 지나서야 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다.
청와대는 전체 사건의 내막을 파악해 보고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오전 11시40∼50분에 합참에서 총격 사망이 아니라 질병 사망이라는 보고가 들어와 혼란이 있었고 진상 파악까지 더 시간이 흘렀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해 보고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비무장 관광객’이 피격 사망한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보다 신속하게 보고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아산 측이 정부에 전달하기 전까지 정보 당국이 관련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남북 간 비상상황이 발생한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연설에서 과연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참모는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 국가 정책의 큰 방향을 밝히면서 즉흥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 않나”라며 “예정돼 있던 연설의 중요한 내용을 안 한다 하는 것도 거꾸로 생각해 보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도 연설문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사건 파장이 지나치게 확산돼 남북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을 우려해 이번 사건을 ‘단순 사고’로 규정,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첫 보고에서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사건의 파장을 적절히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은 써준 그대로 읽지 않고, 연설 직전 들었던 말이라도 좋으면 바로 써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사건와 같이 중대한 일이 일어났고 더구나 그 내용이 연설과 연관된 것이라면 연설 중간 짚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황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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