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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와 아우게의 비극적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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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7-07 11:54:26 수정 : 2008-07-07 11: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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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결혼을 하는 기막힌 숙명의 텔레포스

헤라클레스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스파르타의 왕 히포콘을 죽이고 승리를 거두었지만 동맹으로 참가한 케페우스 왕과 그의 군대의 태반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 케페우스와 이피클레스, 그리고 케페우스의 아들들의 주검을 수습한 후 헤라클레스는 국외로 추방당했던 히포콘의 이복형 틴다레오스에게 스파르타의 왕위를 돌려주었다. 

한편 케페우스가 원정을 떠난 후 그가 예상했던 대로 테게아에는 아르고스인들이 침입을 시도했지만 헤라클레스가 지시했던 대로 메두사의 머리칼을 세 번 흔들었더니 적은 물러나고 감히 다시 침입하지 않았다.

테게아로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케페우스의 딸 스테로페를 위로하고, 그곳에 머물면서 국정을 수습했다. 어느 정도 국정이 안정되었다고 판단되자 헤라클레스는 케페우스의 아들 에케모스를 불러 아르카디아 전체를 다스리도록 권리를 주었고, 테게아의 왕위는 케페우스의 형 리쿠르고스가 다시 맡도록 했다.

용맹하고 힘은 장사였지만 권력에는 관심이 없었던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왕이 되려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모든 권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양한 그는 무료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느 날 그는 문득 케페우스의 아버지 아르카디아 왕 알레오스의 성을 찾았다. 케페우스를 잃게 한 일도 있고, 알레오스 왕의 후계는 에케모스에게 이양할 것을 요청해야 했다.

헤라클레스가 도착하자 알레오스 왕은 그를 반갑게 맞았다. 많은 전쟁을 치루었던 왕인지라 그다지 놀라지도 않았다. 알레오스 왕의 말벗이 되어 그곳에 머무르던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아름다운 무녀차림의 여자가 궁정을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그녀가 한적한 곳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는 헤라클레스와 그녀밖에는 없었다. 

한동안 전쟁을 치루며 잊고 있었던 여인의 체취가 피어올랐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이 불끈 솟는다. 폭발하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게 된 헤라클레스는 거침없이 무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가슴에 안았다. 무녀는 거세게 반항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제발, 제발요. 난 알레오스 왕의 딸 아우게란 말이에요. 아테나 신전의 무녀고, 무녀는 평생 처녀로 살아야만 해요. 제발 놓아요.”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의 거친 힘에 그녀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참의 격정이 지난 후에는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과 헤라클레스의 긴 호흡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르카디아의 왕인 알레오스의 딸이긴 했다. 알레오스가 자신의 조카딸인 네아이라를 범하여 낳은 딸이었다. 또한 케페우스도 조카딸과 결합하여 낳은 아들이었으니, 케페우스와는 친 오누이 사이였다. 알레오스는 아우게가 태어났을 때 신탁을 받았는데, 아우게의 아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아들 중 한 아들을 죽게 만들 것이라는 신탁이었다. 알레오스는 이를 피하기 위해 아우게를 테게아의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봉사하는 무녀로 삼았다. 무녀는 평생 처녀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우게는 알레오스의 성을 찾아온 헤라클레스에게 강간을 당하고 말았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아테나 신전으로 돌아온 아우게는 점점 배가 불러왔다. 결국 아테나 신전에서 아이를 낳은 그녀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신전의 신역에 아이를 감추고 키웠다. 그의 이름이 텔레포스이다.

하지만 이 부정한 일을 모를 리 없는 신들은 테게아 땅에 기근을 몰아쳤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알레오스는 델포이의 신탁에 물었다. 그러자 그  원인이 자신의 딸의 부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을 불러 그간에 일어났던 일을 듣고 대노한 아버지는 부하들에게 명하였다.

“여기 이 갓난아기는 파르테논 산속에 버리도록 하라. 그리고 부정한 짓을 저지른 아우게는 나우폴리스 왕에게 보내어 바다에 빠뜨려 죽이든지 노예로 팔도록 하라고 이르라.”

아우게는 나우플리오스 왕에게 보내졌고, 나우폴리스 왕은 아르카디아 왕의 명에 따라 상자를 만들어 그 상자에 아우게를 타게 한 다음 바다로 떠내려 보냈다. 그녀를 실은 상자는 바다를  떠돌다가 미시아의 카이코스 강 근처까지 흘러갔다. 그곳에서 상자는 발견되어 테우트라니아 왕 테우트라스의 궁으로 인도되었고, 왕은 그녀를 노예로 삼기로 했다. 그런데 아우게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왕은 그녀를 노예로 삼지 않고 자신의 곁에 머물게 하며 딸처럼 귀여워했다. 아우게는 테우트라스의 양녀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아우게의 아들 텔레포스는 파르테니온 산에 버려졌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이상히 여긴 암사슴 에라포스는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 자신의 젖을 물렸다. 그리스어로 ‘젖꼭지’는 텔레인데, 나중에 그의 이름은 텔레포스가 되었다. 이렇게 사슴의 젖을 먹고 자라던 텔레포스는 어느 날 양치기들에게 발견되어 텔레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양치기들은 거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버려져 있던 파르테노파이오스도 데려다가 그와 함께  키우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양치기들의 아들들로 자라면서 친한 친구가 되었다.

헤라클레스가 강제로 뿌려놓은 씨로 인한 비극적인 일은 이렇게 연을 이어갔다. 성장한 텔레포스는 우연한 기회에 양치기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왜 자신이 숲에 버려졌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산을 내려갔다. 신탁을 물어 자신의 부모를 찾고 싶었다. 그가 길을 가는 도중 테게아를 지나다가 우연히 행인과 부딪쳤다. 그러자 그 귀한 사람인 것 같은 자는 그에게 천박한 욕을 퍼부었다.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길을 비켜야 할 것 아니냐? 천한 것들은 저렇다니까.”

그 말에 격분한 텔레포스는 그를 번쩍 들어 땅에 패대기쳤다. 그러자 그자는 단번에 쭉 뻗어버리는 것이었다. 텔레포스의 힘은 보통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죽임을 당한 사람은 알레오스의 아들이었다. 신탁의 예언대로 결국 아우게의 아들이 알레오스의 아들을 죽였던 것이다. 시체를 몰래 감추고 텔레포스는 신전으로 가서 델포이의 신탁에 물었다. 그러자 신탁은 ‘미시아에 가서 자신의 신분을 알아보라’는 대답이 내렸다.

텔레포스는 지체 없이 파르테노파이오스와 함께 테우트라니아로 달려갔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그 나라는 이다스의 침략을 받고 있었다. 가는 도중 패주하고 있던 테우트라니아 군을 도와 이다스 군사와 맞서 싸웠다. 헤라클레스의 피를 받은 몸인지라 용맹스러웠으며 무예가 출중했던 텔레포스는 맹활약을 했다. 전세는 반전되어 텔레포스가 도운 테우트라니아 군이 대승을 거두었다.

승리를 거둔 테우트라니아의 왕 테우트라스는 텔레포스를 불러 칭찬하면서 그곳에 머물러 달라고 간청했다. 아들이 없었던 테우트라스는 후계자를 고심하고 있던 터였다.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텔레포스를 그는 후계자로 삼았다. 양치기의 아들로 자라난 텔레포스는 뜻밖의 행운으로 기뻐하며 궁에 머물렀다.

왕은 텔레포스를 불러 이야기 했다.

“나에겐 아들이 없으니, 그대를 내 아들로 삼겠다. 또한 내가 아끼는 양녀가 있는데, 내 딸 아우게와 그대를 결혼시켜 이 나라를 공고하게 하도록 할 것이네.”

나라의 후계자가 되고,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게 된다는 생각에 텔레포스의 마음은 설렜다. 아우게도 텔레포스도 자신들이 모자지간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으니,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우게는 텔레포스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왠지 그 결혼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비록 그녀가 헤라클레스와 원치 않는 결합을 했고, 아들까지 낳았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 품이 그리워질 뿐 다른 남자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평생 혼자 살아도 그녀는 헤라클레스에 대한 추억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고 싶었다.

하지만 왕이자 아버지의 명령이니 거역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혼은 진행되었고, 결혼식도 화려하게 마쳤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몰래 칼을 감추고 신방에 들어갔다. 신방에는 어둠과 고요만이 감돌았다. 그녀는 먼저 자리에 들어가 긴장을 늦추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몰래 감추었던 칼을 꺼내었다. 텔레포스가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의 고조, 아우게는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텔레포스의 몸이 다가오면서 그의 입김이 느껴졌다. 아우게는 칼을 앞쪽으로 내밀었다. 순간 섬찟하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며 그녀의 팔을 감았다. 엄청나게 큰 뱀이었다. 아우게의 비명소리, 텔레포스는 놀라서 불을 켰다.

아우게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계획했던 일을 텔레포스에게 고백했다. 그러자 텔레포스는 그 말에 화가 나서 그녀를 죽이려 했다. 다급해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

 아우게는 운명적으로 아들과 결합할 것인지 다음 주에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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