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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반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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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6-03 20:49:31 수정 : 2008-06-03 20: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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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평화의 세계를 원하거든 네 적을 포함해 모든 것을 사랑하라. 우주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지 않은가.” (존 브룸필드 저 ‘지식의 다른 길’ 중). 그렇다. 우주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사람도 혼자서는 살지 못한다. 함께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진실한 꿈, 원수까지 포용하는 참된 사랑, 이런 마음이 나와 우리 안에 있을 때 사람도 세상도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보다 쉽게 사귀어 유무상통의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순서가 있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권면한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쏟을 수 있는 능력에 앞서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그는 또 자기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게 다른 사람과 사귀기 위한 필수조건임을 환기시킨다. 이웃에게 인정받으려면 제 자신부터 사람이 되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구저기(反求諸己), 곧 요순시대를 이은 우 임금의 아들 백계(伯啓)가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의 탓을 하지 않고 그 일이 잘못된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 나갔다는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남과 화목하되 자신의 개성은 지키라는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 정신도 일맥상통한다.

사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일정한 방향으로 모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웃 간 공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상회를 여는 것도 대화의 자리를 갖기 위해서다. 아파트 관리, 아동 보호와 범죄 피의자 신고 요령, 불우이웃 돕기, 마을잔치에 이르기까지 논의 사항도 다양하다. 원활한 반상회를 위해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 뒤 자신의 말을 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물론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일선 시·군·구에 공무원들이 반상회 등을 통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토록 지침을 내리자 일부 공무원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 행정 단위의 가장 밑에 있는 조직인 반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 반상회는 1917년 일제가 조선인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다. 태생이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반상회도 디지털시대에 맞게 새롭게 변해야 할 것 같다. 제행무상이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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