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취임 100일… "민심 수습 조치"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4일자로 운전면허 제재자 282만8917명을 특별감면 조치하고, 수형자 150명을 특별사면 또는 감형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정부의 특별감면 조치로 248만2956명의 운전면허 벌점이 삭제되고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 처분될 예정인 9182명과 운전면허가 이미 정지 중인 10만1381명에 대해 취소 처분과 잔여 정지기간 집행이 면제된다.
운전면허 취소 등으로 1년 내지 5년 동안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던 23만5398명은 결격기간 해제로 곧바로 면허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전국 26개 면허시험장의 토요일 특별시험을 월 2회로 확대하고 응시생 분산을 위해 홈페이지나 게시판 등을 통해 전국 면허시험장 대기일수 안내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또 5월26일 이전에 도로교통법령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운전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의 기초자료로 관리하고 있는 벌점을 일괄적으로 지워 모든 운전자가 ‘0점’에서 새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취소 사유를 불문하고 특별감면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뺑소니 사범, 무면허 음주운전자,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내거나 음주측정에 불응한 경우,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하거나 단속 경찰관을 폭행한 경우 등도 역시 사면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150명을 특별사면 또는 감형키로 했다. 특별사면 및 감형 대상자 중에는 70세 이상 고령자 52명, 1급 신체장애자 12명, 중증환자 21명, 임산부·유아 대동자 4명, 부부 수형자 5명, 그리고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고 이를 제 때 납부하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수형자 56명이 포함됐다.
이번 사면의 특징은 과거 사면 때마다 특혜 논란을 부른 정치인·경제인·고위공직자 등이 완전히 배제됐고 과거 사면 때 혜택을 받지 못한 1급 신체장애자와 부부 수형자까지 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최모(47)씨는 특수절도 범행 후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돼 걸을 수 없게 됐고 당뇨 합병증까지 앓아 이번 사면 혜택으로 남은 형기 1개월19일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조모(39)씨 부부는 사기 등 범행으로 각각 징역 1년10개월, 2년4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데 이번 사면으로 남편 조씨는 남은 1개월18일의 집행을 면제받아 가정을 돌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정치인과 경제인 등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그동안 특별사면을 놓고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라는 지적과 ‘부적정한 인사에 대한 특혜성 은전’이라는 시비가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면제도가 3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사면법에 따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이 바뀐 것도 부패 정치인 등이 사면 혜택에서 제외된 배경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손길승 전 SK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도 사면대상으로 거론됐으나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사면은 고령·신체 장애·경제적 궁핍 등으로 힘겹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불우한 수형자와 운전면허 관련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계형 운전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 민생 사면”이라며 살인·강도·성폭행 등 반인륜적 중대 범죄자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부패사범 및 피해자가 다수인 다중피해 범죄자, 정치인·경제인·고위공직자 등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특별감면 및 사면·감형 조치 배경에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으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례상 이뤄지던 광복절 사면을 제치고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춘 이번 조치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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