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잡화 병행수입 현황
병행수입으로 들여온 명품 잡화를 15년째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선의 신재학 이사는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산 브랜드 제품 단가가 높아지고 있어 명품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글라스는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지금은 국산 선글라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해외 브랜드 제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명품 회사에서 유행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선보였고 국산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죠. 앞으로 신발과 가방류는 병행수입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신 이사가 이처럼 내다보는 이유는 '소비자의 시각 변화'에 있다. 정품 여부를 떠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외제라면 무조건 좋아했죠.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선호도가 모두 다릅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대리점에서 브랜드 신상품을 100% 출시하지 못하는 만큼 그들은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만족감을 느낍니다. 병행수입 업체는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지요. 인기가 예상되는 상품을 읽어내는 센스는 이들 업체에게 필수입니다"
대선의 주요 유통경로는 TV홈쇼핑이다. 현대홈쇼핑과 5년째 거래를 하고 있고 몇 년 전부터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CJ와 롯데에도 진출했다. 특히 현대와 거래하던 50여개 업체 중 모 업체와 둘만 남았다. 이들은 가짜 상품을 판매해 퇴출됐거나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신 이사가 이처럼 생존율이 낮은 병행수입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해외구매대행업체 덕분이다. 또 유행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감각과 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주효했다.
"본사가 매장당 제품 수의 한계를 두는 명품 잡화 특성상 많은 멀티숍과 거래해야만 홈쇼핑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대선은 그 역할을 담당하는 해외구매대행업체 로팜을 이탈리아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었고 이는 결국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또 브랜드 회사가 제품 출시 6개월 전부터 주문을 받기에 유행을 읽는 감각도 중요합니다"
에트로와 펜디, 끌로에, 셀린느 등 15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신 이사가 추천하는 명품은 루이비통이다. 하지만 병행수입 업체가 가장 미워하는 브랜드도 루이비통이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해 병행수입 업체가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제품도 병행수입을 할 수는 있지만 큰 이익이 안 돼 업체들에게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도와 디자인을 따져 봤을 때 루이비통이 무난하면서도 사용하기 좋은 명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병행수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용어부터 바꾸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병행수입' 용어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병행수입 사기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출입협회에서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강의도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조영옥 기자 twins@segye.com
◆가격하락·서비스 개선 등 무한경쟁 돌입
◆국내 유통업체들 병행수입 현황
◆“병행수입 업자가 AS도 책임” 원칙 고수
◆‘물가잡기’ 일환 규제완화 등 적극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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