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의 10~20% 수준…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잡아
최근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많은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 상품 입점을 늘리고 있다. 뉴코아는 2005년 강남점에 병행수입 명품숍을 오픈한 후 캐주얼 의류, 잡화, 유아동 의류까지 범위를 넓혔다.
뉴코아아울렛 김용범 팀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 이월상품은 정상가보다 50~70% 싼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또 "병행수입한 해외 명품은 매년 2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작년부터 운영한 해외 캐주얼 병행수입 매장은 올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코아는 기존 명품 브랜드 위주에서 폴로, 캐빈클라인 등 캐주얼 브랜드로 수입 규모와 행사를 늘릴 예정이다. 뉴코아는 전체 패션 매출에서 병행수입 제품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고객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6년부터 병행수입 매장 입점을 본격화한 하이브랜드는 현재 5개 병행수입 업체로부터 잡화·여성복·남성복 등 다수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크기나 색상을 다양하게 갖춰야 하는 의류보다는 핸드백이나 벨트, 구두 등 잡화의 병행수입이 더 활발하다.
하이브랜드 최영호 차장은 "글로벌 본사에서 직영하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는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며 "백화점서 80만원인 페라가모 구두를 50만원 선에서 살 수 있는 게 병행수입 상품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병행수입 제품은 모두 시즌이 지난 이월 상품이라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이월상품은 50% 이상, 백화점 매장에서 동일하게 파는 모델도 20~30% 싸다. 병행수입 상품이 이처럼 싼 이유는 정식 브랜드 에이전트들이 백화점 입점대가로 내는 30~40%의 막대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GS이숍·CJ몰 등 병행수입 직접 나서
과거 보따리 장사로부터 시작된 병행수입은 이제 대기업 유통사들이 참여하면서 새로운 유통 분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홈쇼핑, GS이숍, CJ몰을 비롯해 롯데닷컴, 인터파크, 신세계몰 등 대형 온라인 마켓에서도 병행수입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GS이숍, CJ몰은 직접 유럽 현지에서 패션 잡화 등을 병행수입해 자사 인터넷 몰에서 팔고 있다.
GS이숍 김영훈 과장은 "진품 여부가 생명인 명품 판매에서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직접 병행수입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GS이숍은 지난해 6월 말부터 유럽 현지에서 회당 1~2억원 규모의 잡화를 사들여 오고 있다. 지금까지 7차례 구매를 통해 최신 제품을 빨리 선보여 인터넷에서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CJ몰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방, 의류, 구두, 선글라스 등 20여 브랜드를 이태리에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억원.
CJ몰 관계자는 "발리, 에트로 등 범용 브랜드 외에 끌로에, 발렌시아가 등 최신 트렌드에 맞춘 젊은 취향의 제품 확보가 장점"이라며 "구매처와 품목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하이브랜드,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세이브존, 애플플라자 등을 포함해 브랜드 정식 에이전트가 진출하지 않은 백화점의 지방 매장까지 병행수입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병행수입 상품의 진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가짜를 가려내는 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병행업체의 입점 심사에서 업체 연간 매출 규모와 구매선 현지 실사 등 다각도에서 검증한다. '가짜 유통'으로 신뢰성에 흠집이라도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수입면장 확인까지 거친 업체에 한해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병행수입 제품은 국내에서 정식 A/S를 못 받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공식 브랜드 에이전트 제품도 같은 처지다. 모두 자체 A/S 센터를 보유하지 않아 필요할 때엔 명동사, 영동사 등 이름 난 명품 A/S센터로 직행해야 한다.

유럽 멀티숍들이 주요 물량 공급처
멀티숍이란 국내 대리점과 비슷한 개념으로 브랜드 에이전트와 정식 계약해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다만 하나가 아닌 다수의 브랜드와 동시에 계약해 판매하는 점이 특징이다.
멀티숍 점주는 내수용으로 브랜드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한국의 병행업자에게 수출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다. 그럼에도 멀티솝 점주들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미국 홍콩 등지로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출을 늘리고 재고리스크를 줄이는 데 그만한 효자가 없는 탓이다. 현재 유럽의 멀티샵 중 약 70~80%는 한국 등 여러 나라로 신상품과 재고상품을 병행 수출하고 있다.
일본 명품 시장의 50%를 병행수입 상품이 차지할만큼 대중화 된 것에 비해 국내는 아직 10~20%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 명품시장이 확대되는 추세기 때문에 병행수입 시장 규모 역시 자연스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0여년째 병행수입 업체를 운영해온 이모 사장은 "앞으로 병행수입 시장에서 개인사업자 영역은 축소되고 대기업 진출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행수입이 유통시장의 새로운 채널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심은연 기자 eysim@segye.com
◆ 가격하락·서비스 개선 등 무한경쟁 돌입
◆ 신발·가방 등 잡화류 정식 제품보다 규모 커
◆ “병행수입 업자가 AS도 책임” 원칙 고수
◆ ‘물가잡기’ 일환 규제완화 등 적극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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