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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여성] 프레데릭 레이턴-클리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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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30 10:38:04 수정 : 2008-05-30 1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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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을 향한 처절한 사랑 해바라기가 되다
하늘을 향해 간절히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젖힌 여인. 마치 하늘이 자기를 바라봐 주기를, 그리고 데려가 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저물어 가는 햇살과 구름, 공기까지 다 품으려는 듯한 그녀에게 무슨 애달픈 사정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따르면,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밀통하는 광경을 아프로디테의 남편에게 귀띔한 태양신 헬리오스는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사 그녀의 아들 에로스가 쏜 사랑의 화살에 맞게 된다.

그는 페르시아 왕인 오르카모스의 딸 ‘레우코토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다른 여성은 안중에도 두지 않게 되었다. 때문에 오랫동안 헬리오스를 사모했던 레우코토에의 여동생 클리티에는 불 같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언니가 헬리오스에게 순결을 잃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소문을 들은 오르카모스는 딸의 부정을 엄히 추궁하고, 레우코토에는 태양신의 강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화가 난 아버지는 딸을 산 채로 매장하고 만다.

이런 비극 후에도 헬리오스의 마음을 자신에게로 돌릴 수 있을 것이란 클리티에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끝내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한 클리티에는 9일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은 채 하늘을 지나가는 태양신을 눈으로 좇기만 했다. 그러다 그대로 대지에 뿌리 박혀 꽃이 되었고, 오직 태양만을 바라보는 향일성(向日性)식물 해바라기가 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고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탐미적 작품을 많이 남긴 프레데릭 레이턴의 ‘클리티에’는 그렇게 가장 처절하고 비극적인 순간의 그녀를 묘사하고 있다.

현실이든, 아니든 사랑에 대해 이기적인 감상을 품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와 나 사이에 있는 연적을 ‘제거’하려는 무시무시한 상상은 삼각관계에 처해 본 이들이라면 아마 꿈에서라도 꼭 한 번씩은 해 보지 않았을까.

실제로 구약성서의 다윗과 밧세바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남의 연인을 탐하고 약탈했던 역사가 유구하지 않던가.

심리학적으로도 타인의 이성을 빼앗는 행위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영국 에버딘 대학의 심리학자 벤 존스 등이 재미있는 실험으로 이를 증명하였다. 30명가량의 여성에게 비슷한 수준의 외모를 가진 네 명의 남성 사진을 보여준 후, 매력 정도에 따른 ‘평점’을 매기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남성들이 여성과 함께 등장하는 짧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영상의 내용은 웃는 얼굴, 지루한 표정, 무표정한 표정으로 여성들이 남성을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비디오를 본 후에 여성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웃는 여성들의 시선을 받았던 남성들은 선호도가 15%가량 높아졌던 것이다. 결국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이 좋아하는 ‘인기남’에게 더욱 큰 호감을 느끼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편 남성들에 대해선 결과가 정반대였다. 남성은 인기남에 대해서는 경쟁심을 느끼기 때문에, 낮게 평가하게 된다는 말이다. 소위 남성의 질투 표현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물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질투가 언제나 비극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질투심은 때로 사랑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눈 먼 사랑’이라는 말은 그래서 존재한다. 곧 지혜롭지 못하게 지나친 질투심에 사랑이 꺼져가는 것조차 모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대에 대한 사랑의 눈길이 이기심에서 비롯된 ‘눈 먼’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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