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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정부 주요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미국산 소고기 안전성 관련 긴급설명회’에서 국내외 언론사들이 열띤 취재에 나서고 있다. 이종덕 기자 |
정부가 ‘광우병 안전성 논란’ 진화에 발벗고 나섰다. 인터넷에서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까지 나돌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 ‘감정적인 막연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정부는 2일 “꼭 설득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으로 광우병 설명회를 열었다.
광우병 설명회는 애초 이날 오후 1시30분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소극적이고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합동으로 오후 3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기자회견장에는 두 장관 이외에도 이종구 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이상길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신동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위원 등 광우병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이 허용된 이유=가장 큰 쟁점은 왜 하필 광우병에 취약한 30개월 이상된 소를 수입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한국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 폐기돼야 할 소를 처리하는 곳이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부에서 자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는 주로 24∼30개월 된 소를 먹고, 미국은 97% 이상 20개월 미만 소를 도축해 먹는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국민이 좋아하는 마블링(지방질)은 20개월 이상부터 생긴다. 20개월 이상부터는 사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를 수출하려고 10개월 이상 사료비를 들이고, 그 소고기를 싸게 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30개월 이상인 소는 미국에서 먹지 못하기에 강제로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입맛에 맞는 고기이므로 수입개방 대상에 포함됐다는 해명이다.
◆“한국인 유전자는 광우병에 취약하다?”=김용성 한림대 의대 교수가 한국인의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95%는 광우병 환자의 특성인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영국 38%, 미국 5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탓에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당 연구자는 한국인에서 광우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질병 잠복기가 더 짧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MM형만 발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MV형과 VV형 등 다른 유형에서도 광우병이 발병할 수 있는 만큼 유전자형과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입장이다.
◆재협상 가능성=소고기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재협상하려면 과학적, 객관적 기준을 갖고 해야지 여론만을 갖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국민 사이에 불안을 일으키는 화장품, 젤리 등 소 성분이 들어간 제품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젤라틴이나 콜라겐은 소가죽으로 만드는데 소가죽에서는 프리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든 것으로 보이는 소를 억지로 도축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충격을 준 미국 한 도축장 실태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보호에 초점 맞춰 촬영한 영상”이라며 “소가 쓰러진다고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니며 공식적으로 미국에서 2003년 이후 광우병에 걸린 소는 없다”고 말했다.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여성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아직 확인된 바가 없는데 추정을 바탕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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