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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제국과 다중의 역사적 기원>피터 라인보우·마커스 레디커 지음;/정남영·손지태 옮김/갈무리/3만원

히드라―제국과 다중의 역사적 기원/피터 라인보우·마커스 레디커 지음/정남영·손지태 옮김/갈무리/3만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는 12개의 노역을 수행해 불멸성을 획득한다. 이 헤라클레스는 그리스인들에게는 중앙 집중화된 국가의 통합자, 로마인들에게는 제국적 야망의 상징이었다. 또 초기 제국주의 건설자들에게 헤라클레스의 노역은 경제적 발전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영국 왕족 윌리엄 3세와 조지 1, 2세는 자신들이 헤라클레스라고 생각했다.

이같이 헤라클레스는 권력과 질서,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상징이다. 책 제목 ‘히드라’는 이 같은 ‘헤라클레스 신봉자’들에게 맞서 싸워온 선원들, 노예들, 평민들 등 다중(multitude)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공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동원해 제국주의 초기 식민지 건설과 노예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17세기 영국 식민지의 시작부터 19세기 초 도시중심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지배자들은 점점 세계화·지구화되는 노동체계에 질서를 부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은 땅에서 쫓겨난 농민, 추방된 중범죄자, 하인, 해적, 도시 노동자, 아프리카 노예 등을 히드라의 항상 변하는 머리들이라고 불렀다.

히드라의 머리들은 헤라클레스와 같은 지배자들에 의해 통제되기도 하지만 곧바로 지배자들에 대항하는 새로운 협동의 형태, 즉 해상 반란·파업·폭동·봉기·혁명 등을 개발해 냈다.

실패하고 죽임을 당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히드라는 지배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선원·노예·평민과 같은 다중에겐 끝나지 않는 반란의 역사, 저항의 상징인 셈이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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