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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성]조지 프레데릭 와츠-희망

입력 : 2008-02-22 22:04:38 수정 : 2008-02-22 2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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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인이 수금에 남아 있는 단 한 줄의 현으로 음악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기력이 쇠잔한 듯 그녀의 눈은 붕대로 감겨 있으며, 지구처럼 생긴 공에 쓰러질 듯 기대어 물 위를 떠다니고 있다. 수금에 귀를 붙인 채 한 손으로는 연방 수금을 타느라 여념이 없다.

아마도 여인은 기력이 남아 있는 한 어떻게든 멜로디를 만들어낼 것 같다. 깊은 절망을 표현한 듯한 이 작품의 제목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희망’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걸작이다. 그는 동시대의 로제티나 번 존스처럼 대중적인 화가는 아니었으나, 최근 빅토리아 시대 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금 주목과 존경을 받고 있다. 와츠는 이 작품에서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혹, 절망의 다른 이름은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었을까.

그림 속 여인처럼,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고난을 이겨낸 인생역전 드라마가 최근에 영국에서 펼쳐졌다. 주인공은 영국 방송국의 신인가수 발굴무대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우승을 거머쥔 ‘폴 포츠’. 그의 우승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볼품없는 외모에 상실해 버린 지 오래된 자신감과 어눌한 말투를 가지고 36세의 휴대전화 외판원으로 살면서 오페라 가수를 향한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오디션 무대에 섰을 때, 그는 익숙한 공포를 느꼈음에 분명하다. 동정과 경멸이 뒤섞인 묘한 시선의 엉킴. 들리지 않으나 피부로 분명히 느껴지는 비웃음. 그러나 곧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과 심사위원석은 짧은 시간 그에게 보냈던 시선에 대해 사죄라도 하는 듯 놀람과 감탄, 환호와 박수로 화답하고, 공연장을 감싸던 냉랭하던 공기는 순식간에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 그의 오디션 동영상은 각종 웹사이트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비를 들여 이탈리아의 오페라 학교를 오가며 직업 오페라 가수를 꿈꾸었지만, 많은 성량이 요구되는 오페라 곡을 부르기에 지칠 정도로 각종 사고와 질병이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다. 결국 오페라를 접고 휴대전화 외판원이 되었지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꿈에 재도전했고 마침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유명 음반사와 100만파운드에 이르는 계약을 맺고 발매되는 그의 첫 앨범 이름은 원 찬스(One Chance·한 번의 기회). 그의 굳건한 희망이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단히 거머쥔 것이다.

절망을 넘어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오뚝이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매혹적이며 어떠한 예술작품보다도 감동적이다.

폴의 오디션 데뷔작이기도 한 오페라 ‘투란도트’ 중 투란도트 공주가 칼리프 왕자에게 내는 수수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께끼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것은 어두운 밤을 가르며 무지갯빛으로 날아다니는 환상이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는 환상이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다시 살아나기 위해 밤마다 태어나서 아침이 되면 죽는다…”

정답은 무엇일까? 와츠가 작품 속에 남겨 놓은 한 가닥 현이자, 폴 포츠가 좌절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것, 바로 희망이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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