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라코프에 머무는 내내 추위에 떨었었다. 밖에 나가는 순간부터 코가 시리는 추위란... 5분 이상 걸으면 벌써 이빨이 떨려올 정도다. 게가다 비까지... 비가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리위에서 분부기로 뿌려대는 듯해서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뭐한 정도다. 조금만 덜 추웠어도 걸어다니면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여행 첫날을 크라코프에 도착하기 위해 차안에서 보낸 덕분에 가보고 싶은 곳을 몇 군데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기에 투어를 선택해서 가게 된 곳이 솔트마인이다.
여행가기 전에 가이드북을 봤을 때 ‘ 꼭 가야지 ’ 생각했던 곳. 솔트마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소금 광산이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땅속에서 소금이 나온다는 것. 도착해서 건물을 봤을 땐 ‘ 이게 박물관인가? ’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워낙 겉에 건물이 평범하게 생겼기에.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입구를 지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소금 광산은 그 건물 지하에 있는데 입구를 지나 계단을 이용해서 지하 100m이상은 걸어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도 가도 끝이 없다. 하지만 내려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이 어디나 가면 있는 낙서들. 낙서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많이 다녀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려가면서 올라올 것을 조금 걱정했지만 올라올 때는 리프트를 이용하는데, 참 아찔한 리프트였다.
소금광산은 가이드 투어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가이드가 함께하는데 여러 가지 설명을 많이 해주지만 우리 가이드가 워낙 목소리도 조용조용해서 반은 듣고 반은 듣지 못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소금을 직접 채취했다고 한다. 들어가 보면 온통 소금이다. 그리고 소금으로 만든 조형물들도 많이 있다. 직접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여행을 가면 한 끼는 꼭 먹어봐야하는 그 나라 음식. 숙소에 물어봐서 가장 괜찮다는 폴란드 음식점을 갔는데 예약이 꽉 차서 2시간 후에나 가능하다는 말에 실망하려는 순간 점원이 다른 곳에 체인점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먹게 된 폴란드 음식이 '포크찹'과 '소고기말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는 싸고 음식의 양은 아주 만족할 만해서 나를 기쁘게 했다. 그 레스토랑 뿐 아니라 어느 음식점을 가도 푸짐하다.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 음식! 사실 여기저기 다닌 것 보다 맛있는 것을 먹었던 것이 크라코프 여행에서 나를 가장 즐겁게 했다.
/ 고나래 hijolo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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