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폐유 수거에만 수개월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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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겨울철새 9일 충남 태안 신두리사구 보호구역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가 처참한 현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
9일 해양경찰청 방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해상으로 유출된 기름은 사고 지점 주변 해상 남쪽에 20여㎞의 기름띠를 형성해 퍼져 있는 상태다. 충남도와 해경이 인력과 방제정 등을 투입했으나 유출된 기름 1만500㎘(약 9000t 추정) 가운데 회수된 폐유 등은 200t에도 미치지 못해 방제작업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해안가로 번진 폐유 수거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안으로 흘러든 기름은 폭 10∼30m로 원북면 태안화력(북쪽)에서 소원면 모항(남쪽)까지 약 17㎞에 이르고 있는데 두껍게 밀려든 기름은 탱크로리와 유회수기 등을 이용한 기계적 방제가 가능하지만 해변 모래, 암벽, 어장 등으로 엉겨붙은 기름은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 김영환 배출물관리과장은 “씨프린스호 유출 사고도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데만 1개월 이상 걸렸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그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주변 해역에서 해양 환경 및 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 중인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안병호(49) 해양환경팀장은 “기름 유출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초기 방제에 실패하면 피해 완전 복구를 위해 최소 10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기름 유출로 인한 주변 양식어장, 자연 어종 및 갯벌, 백사장 등의 해양생물 종에 대한 집중적인 피해는 수일에서 수개월 내에 나타나지만 사고 해역 생태계 기반과 구조에 따라서는 그 피해가 수십년에 걸쳐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고 이전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사고로 기록된 1995년 7월 여수 앞바다 씨프린스호 침몰사고 인근 해역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처가 땅속과 바다 속 곳곳에 남아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씨프린스호는 당시 원유와 벙커C유 5035t을 유출했고 유출된 기름은 해면에 얇은 피막을 형성, 햇빛과 산소를 차단해 인근 해역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면서 해양환경에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태안=김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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