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개그맨이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온 신인개그맨의 로망은 훌륭한 개그맨이 아니라 MC가 되는 것이고, 음악에 미쳐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열정의 신인가수, 그들의 꿈은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보다는 어서 빨리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재능을 뽐내며 장르와 영역의 구분 없이 전 방위로 활동하는 것은 하등 욕먹을 이유가 없다. 세상엔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열 가지를 잘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그가 개그맨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개그만 해야 한다거나, 가수였기 때문에 가수 외적 활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영화배우, 감독, 개그맨, MC 등 다방면에 걸쳐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기타노 다케시의 경우처럼 연예인의 변신과 변화는 무죄일 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겐 기쁨일 수도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는 연예인들의 로망은 다양한 재능의 발현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방송이 모든 문화의 중심에 서 있는 동시에 가장 상업적인 정점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예능인들의 꿈은 좋은 개그, 멋진 음악보다 더 많은 방송노출로 수정된다. 또 이렇게 수정된 그들의 로망은 자연스럽게 예능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다양한 멀티플레이어로 재설정되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한데 초심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 테다. 그저 엔터테이너와 아티스트의 차이라 생각하고 마는 것이 속편하다.
탁현민 공연연출가·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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