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기금은 199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10년 만인 2002년 바닥을 드러냈다. 이런 연금을 구조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손쉽게 국민 혈세로 매년 메우다 보니 납세자의 등허리가 휘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격인 공무원연금 기금에 투입된 혈세는 2004년 1742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에는 9725억원, 내년엔 1조원을 넘기게 됐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적자 보전 규모는 총 2조5425억원에 이른다. 노 대통령이 2003년 취임 때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지난 1월 정부가 내놓은 개혁 시안은 연금 보험료를 올리되 퇴직금도 올려 주는 ‘면피용’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공무원 단체가 반발하자 백지화되고 말았다.
‘보험료는 그대로 내고 나중에 연금을 덜 받는’ 방식으로 바뀐 국민연금 개혁안은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이 받는 연금은 마음대로 칼질 하면서 공무원 연금에는 혈세를 퍼부어 ‘많이 받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국민혈세로 연금을 주어야 할 공무원 수 늘리기에 바빠 현 정권들어서만 공무원이 5만5000여명이나 늘어났다. 참여정부가 강조해 온 개혁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준다. 현 정부는 임기가 5개월 남은 지금에 와서야 “연말까지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하지만 과연 제대로 개혁안을 내놓을지 알 수가 없다.
누군들 덜 받는 연금을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날로 국민 부담만 키우는 형편이니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간에 공무원연금과 군인 연금을 혁명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고치지 않으면 국민과 국정운영 모두 피멍이 들게 돼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공무원이 주축이 된 연금 개혁안은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기구가 참여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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