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설정·타린 등 깊은 역사성 보여줘… 서커스 같은 차력소 ‘생뚱’ [SW뉴스①]이른 아침 덩펑시에서 소림사로 가는 길. 길가에 자리한 학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흘리개 학생들이 붉은 옷을 차려 입고 수십명씩 떼를 지어 무예를 연마하고 있다. 학교의 담벼락에는 무예학원을 선전하는 글씨와 권법을 소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 기숙사의 창마다 학생들이 널어놓은 빨래가 모자이크 그림처럼 널려 있다.
중국 최고의 무예로 불리는 소림 무예의 본산 소림사로 드는 문(사진 위), 소림사에서 무술을 연마하는 학생들. |
소림사의 무술이 유명세를 타면서 인구 65만명의 덩펑시는 무술학교로 먹고 살고 있다. 덩펑시 관계자에 따르면 덩펑에는 76개의 무술학교가 있다. 이곳에 무술을 배우는 학생은 6만여명. 가장 큰 학교는 학생 수가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의 꿈은 이연걸 같은 무예 스타가 되는 것. 중국에서 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부와 명성을 동시에 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무예 스타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따라서 학생들은 소림사의 공연단원이 되거나 경호원, 군인(중국에서는 집안이나 학벌이 좋아야 군대에 갈 수 있다)이 되는 것만으로도 꿈을 이룬 것으로 여긴다.
중국 최고의 무예가 만들어진 소림사는 중국의 5악 가운데 중악으로 불리는 쑹산(嵩山)에 위치해 있다. 쑹산은 높이가 1540m에 불과하지만 상징성은 만만치 않다. 중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황제였던 측천무후가 이 산에서 자신이 황제가 된 것을 선포했다. 덩펑(登封)이란 지명도 당시 측천무후가 지은 것으로 쑹산에 오르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쑹산은 모두 72개의 산으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소림사가 자리한 곳은 소실산 아래다. 소실산 아래 숲이 울창한 곳에 지어진 절이라 해서 소림사(小林寺)다. 소림사는 한해 평균 4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허난성 최고의 관광지다. 이 가운데 외국인도 20만명이나 된다. 대부분 영화 속에 그려진 소림사의 신비한 무술에 이끌린 백인들과 한국인들이다.
주차장에서 소림사로 가는 길에 있는 운동장에도 무예수업이 한창이다. 족히 1000명은 넘게 보였다. 덩펑시 관계자에 따르면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우는 학생은 1만여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들은 덩펑시의 무예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학생들과는 다르다. 무예학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소림사로 들어올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소림사에서 수련을 받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예다.
소림사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사자 두 마리가 지키고 선 문을 지나면 몇개의 건물이 일자로 늘어서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높이가 5m쯤 되어 보이는 비석들이 좌우로 도열해 있다.
소림사에서 무술공연을 펼치는 최고의 고수들. |
소림사의 당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입설정(立雪亭). 이곳은 달마대사와 혜가스님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두 사람에게 얽힌 일화는 불가에서 전설처럼 전해내려온다.
뤄양 향산사에 머물던 혜가는 달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토굴을 찾아왔다. 그러나 가르침을 달라는 혜가의 애원에 달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혜가도 꼼짝하지 않고 달마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밤, 눈이 내렸다. 밤새 눈을 맞은 혜가는 눈사람이 되어서도 그 자리를 지켰다. 달마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채 돌아섰다. 그러자 혜가는 석가모니는 자신을 버려 도를 구했다며 스스로 한 팔을 잘라 달마에게 바쳤다.
혜가의 굳은 심지에 감복한 달마는 가사를 벗어 피가 흐르는 팔을 감싸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지금 소림사 승려들이 수련을 할 때 입는 붉은 옷은 당시 혜가를 감쌌던 달마의 가사를 상징한다.
2000여명에 달했던 스님들의 밥을 짓던 무쇠솥(사진 위), 소림사에 주석하던 고승들을 기리기 위한 탑 233개가 있는 타린. |
입설정에는 달마와 혜가를 비롯한 제자들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사당에서 고승들이 무술훈련을 했다. 바닥이 움푹움푹 파여 있는 것은 승려들의 피나는 수련의 결과다. 또한, 내벽에는 소림무술을 소개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소림사에서 더 깊이 들어가면 타린(塔林)이 있다. 소림사에 주석했던 역대 고승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탑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233개의 탑이 있다. 당나라에서 청나라에 이르는 1500여년 동안 세워진 탑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탑의 높이는 소림사에서 정하지만 탑의 두께는 제자들이 정한다는 것이다. 즉, 제자들로부터 신망이 높은 스님일수록 탑이 두껍다.
경내를 돌아보고 난 다음은 무술공연을 볼 차례다. 소림사에서는 실내와 야외에서 매일 무술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실내에서 벌이는 공연에는 소림사 최고의 고수들이 출연한다. 봉이나 창 등을 이용한 무술은 무시무시한(?) 소리가 함께해 관중들을 긴장시킨다. 그러나 가끔 서커스의 차력쇼를 연상케 하는 무술시범을 보이기도해 소림무술에 대한 경외심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소림사(허난성)=스포츠월드 글·사진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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