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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과연 무익하고 해롭기만 할까

입력 : 2007-07-16 09:26:00 수정 : 2007-07-16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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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그들에게 핍박의 계절이다. 농부의 눈에 띄어 삶을 마감할 수 있다.
그 이름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뭔가 좋지 않은 것, 해로운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강인한 생명력의 표상으로 여겨준다면 그나마 고마울 따름이다.
잡초. 무익하고 해롭기만 한 걸까.
전문가들은 보잘 것 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잡초도 나름대로 존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얘기한다. 환경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작물을 육종하거나 유용한 성분을 뽑아내 농약과 의약, 향신료 등에 이용되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작물과 잡초, 그 경계선은=잡초는 원하지 않는 장소와 시기에 자라는 식물로서, 경작지에 인간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재배하는 작물 이외의 식물을 지칭한다. 가꾸지 않더라도 자라나서 농부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는 여러 종류의 풀이다.
15일 한국잡초학회와 농업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지구상에 생육하는 식물 3만여종 중에 농경지의 잡초는 1600여종에 이른다. 국내에는 비농경지 등의 잡초를 포함해 4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논과 밭에서 주로 피해를 주는 잡초로 각각 20여종과 40여종이 꼽힌다.
잡초는 햇볕, 수분, 양분 등과 생육 공간을 놓고 밭 작물, 논 작물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면서 피해를 준다. 생장억제물질을 분비해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거나 생육을 방해하기도 한다.
잡초는 각종 해충이 겨울을 나는 서식처가 될 뿐만 아니라 가축의 먹이가 되어 고기와 젖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잡초 향 때문에 우유와 계란 등에서 악취가 날 수도 있다고 한다. 잡초로 인한 피해액이 전체 농업생산액의 10∼15%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잡초는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나쁜 환경조건에서도 잘 자라 가볍고 많은 종자를 생산해 주변에 퍼뜨린다. 길가와 논둑, 들판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질경이 씨앗은 말 그대로 수레바퀴 앞에서도 살 수 있다는 뜻에서 차전자(車前子)로 불릴 정도이다.
하지만 잡초는 농경 중심의 개념일 뿐이다. 잡초의 개념을 엄밀히 적용하면, 무밭에 난 배추, 보리밭에 난 옥수수, 심지어 더덕밭에 난 산삼도 잡초에 해당한다. 벼를 비롯한 콩과 밀 같은 작물이 애초 야생의 풀이었듯, 잡초도 활용하면 작물도 되고 야생화도 될 수 있다.
◆새로 주목받는 잡초=잡초가 인간에게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먼저 조수와 미생물의 먹이와 서식처로 이용된다. 경사지가 많고 집중호우와 겨울바람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빗물이나 바람으로 흙이 쓸려 내려가는 수식(水蝕)과 풍식(風蝕)을 막아줘 국토를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토끼풀과 병꽃풀, 누운주름잎 등은 지표면을 덮어 강우로 인한 토양 유실을 막는 데 톡톡히 기여한다.
한국잡초학회를 비롯해 학계에서는 잡초의 효용성에 주목해 잡초 생태와 분포 등을 연구해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물학과 농업기술의 발달로 농업경영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환경과 생태 보전 측면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생 잡초인 갈대와 부레옥잠, 부들, 생이가래, 꽃창포, 물냉이 등은 인공 습지와 호소, 연못 등의 수질 개선과 정화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생활하수 처리에 갈대를 활용할 경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을 95%,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79%, 총질소(T-N)를 70%, 총인(T-P)을 78% 제거할 수 있다는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있다. 시화호 상류에 갈대습지가 조성된 것도 흘러드는 오염 하천수를 정화하기 위해서다.
부레옥잠과 물수선 같은 잡초도 질소나 인산을 비롯한 카드뮴, 니켈, 페놀계의 독물질을 다량으로 흡수해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도꼬마리와 꿀풀, 개구리밥, 쇠무릎, 한련초, 사철쑥, 익모초, 질경이 등은 한약재로 쓰인다.
월년(越年)생 잡초인 얼치기완두와 살갈퀴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서도 다른 잡초가 자라나지 않도록 하는 친환경 농법에 활용된다. 늦은 여름인 8월 이후 싹을 틔워 겨울을 난 뒤 생육해 농작물이 한창 자랄 6, 7월 소멸하는 월년생 잡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잡초학회장을 지낸 변종영 충남대 교수는 “잡초는 같은 종속 작물의 유전자은행 역할을 하고 언젠가 작물로 바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특히 지역환경에 내성이 강한 잡초는 병충해 내성 품종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www.himyblog.com
*기사에 나오는 몇몇 잡초 사진은 http://www.himyblog.com/212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논밭과 비농경지에서 자라는 잡초는 700여종으로 추정되는데, 60여종이 논밭에서 주로 자란다.
논에서 자라면서 벼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잡초로는 피와 방동사니, 올챙이고랭이, 올방개를 꼽을 수 있다. 피는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잡초로, 벼가 싹을 틔우는 시기부터 수확 때까지 논에서 벼와 함께 자란다. 벼와 잘 구분이 되지 않으며, 광합성과 양분을 흡수해 벼의 생육을 방해한다.
방동사니는 돗자리를 만드는 데 쓰는 왕골을 닮아 ‘개왕골’로 불리는데, 돗자리를 만들지 못할 뿐 아니라 가축도 먹지 않는다. 왕골은 제초제에 약하지만 방동사니는 제초제에도 잘 죽지 않고 번식력도 강하다.
물달개비, 마디꽃, 밭뚝외풀, 알방동사니, 여뀌바늘, 올챙이고랭이, 가래, 올미, 벗풀, 너도방동사니, 개구리밥 등도 논에서 잘 자라는 잡초다.
주로 밭에서 자라는 잡초로는 바랭이, 쇠비름, 깨풀, 개비름 등이 있다. 뚝새풀, 돌피, 흰명아주, 좀명아주, 벼룩나물, 망초, 냉이, 별꽃, 가는털비름, 닭의장풀, 중대가리풀, 속속이풀, 황새냉이도 밭작물에 피해를 준다.
바랭이는 밭에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잡초로 전국 야지와 과수원, 길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줄기가 연하고 독이 없어 과거 어렵던 시절 죽을 쑤어 먹기도 했으며, 아이들이 우산처럼 가지고 놀아 ‘우산풀’로도 불린다.
쇠비름은 땅에 단단히 뿌리내려 뽑기가 어렵고 뽑아서 내버려두면 다시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한방과 민간에서는 장을 깨끗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약재로 쓰인다.
야산이나 운동장, 공장부지, 도로변 등 비농경지에서 자라는 일년생 잡초는 바랭이, 왕바랭이, 강아지풀, 개비름, 쇠비름, 개여뀌 등을 들 수 있다. 외래잡초로는 미국개기장, 미국자리공, 달맞이꽃, 엉겅퀴, 서양민들레, 미국가막사리 등이 있다.
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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