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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오산학교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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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5-15 16:29:00 수정 : 2007-05-15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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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고등학교가 많아졌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의 휘문, 중동, 숭문, 보성고, 숙명여고, 진명여고와 대구 계성, 인천 송도고가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학교인 배재고는 배재학당 설립 이래 12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경기고와 양정고, 배화여고, 이화여고 등도 이미 100돌을 넘겼다. 100년 이상 된 고교는 약 30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학교는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인재양성에 힘쓰고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데 앞장섰다.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찾기 위한 교육운동에 헌신했고, 피란지에서도 천막학교를 세워 인재 양성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배출된 학생들은 3·1운동을 주도하고, 독재와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100년 전통의 학교들은 시대정신과 국가발전을 이끌며 한국의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오산학교가 오늘로 개교 100년을 맞았다. 현재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오산중·고교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남강 이승훈이 구국인재 양성을 위해 평북 정주군 갈산면 익성리에 설립한 오산학교가 전신이다. 6·25 당시 교직원과 학생이 대거 월남해 부산에 학교를 세웠다가 195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오산학교는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 당시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고 광복 직후엔 반공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민족학교’로도 불린다.
오산학교는 걸출한 인재를 숱하게 길러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시인 김억과 김소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순교한 목사 주기철, 사상가 함석헌, ‘소’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고당 조만식, 단재 신채호, 횡보 염상섭, 다석 유영모 등이 이들을 가르쳤다. 훌륭한 스승 아래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 모양이다. 춘원 이광수도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남강의 오산학교 설립은 ‘나라가 바로 서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우선’이라는 도산 안창호의 연설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오산중·고교가 이 정신 아래 더 많은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배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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