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대 1 경쟁률 뚫고 한국인으로 첫 선발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정진하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봅니다. 한국 여성의 진면목을 유엔 사무국에서 당당히 펼쳐 보이겠어요.”
35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진출한 하경애(34·여·에너지관리공단 기후대책실 대리·사진)씨는 오는 10일 독일 본에 있는 UNFCCC로 떠나기 앞서 3일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경남 진해 출신인 하씨는 인제대에서 산업안전보건공학을 전공한 데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에서 환경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6년 인제대를 졸업한 하씨가 지난 3월 치러진 유엔 FCCC 선발시험에서 350여명의 세계 각국의 지원자들을 물리치고 단 1명을 뽑는 사무국 직원으로 선발된 데에는 목표를 향한 집념과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유학을 떠나 호주 정부의 장학금을 받으며 관심분야였던 환경경영학을 연구했다. 그는 이때부터 세계 각국의 당면과제인 기후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UNFCCC에서 근무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아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 기후대책실에서 근무하며 ‘청정개발체제(CDM)’와 ‘기후변화협약’ 업무를 맡았다. 그는 이처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글로벌 인재’였다.
하씨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기후변화협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대책실에서 8년간 근무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유엔 FCCC 사무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CDM 사업을 담당한 것이 FCCC 사무국에 지원한 또 다른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치러진 3차례의 시험에선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 제대로 시험을 보지도 못하고 실패했어요. 처음 시험에 지원할 당시 사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 삼아 영어 공부와 FCCC 사무국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청정개발체제 사업의 현황 파악 등에 매진한 것이 적중했다고 생각해요.”
하씨는 최근 모교인 인제대를 방문, 자신이 다닌 산업안전보건공학과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했다. 그는 특강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큰 이상과 꿈을 향해 세상과 당차게 마주칠 것을 조언하고,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남편과 아들을 둔 여성의 몸으로 한국인 최초로 유엔 FCCC 사무국 입성을 이뤄낸 것은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취적 정신과 당찬 자신감, 철저한 준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씨는 유엔 FCCC 사무국에서 CDM 사업과 일종의 이산화탄소 감축분 판매권인 배출권(CER)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CDM 사업에는 현재 세계적으로 547개 사업체가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풍력과 영덕풍력 등 10개 사업이 등록돼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로는 제주도가 처음으로 이 사업에 진출했다.
하씨는 “18개월의 계약 근무기간 중 유엔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며 “특히 계약근무 기간이 연장되면 유엔에 더 많은 한국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각국이 대체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만큼 이 분야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석규 기자 s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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