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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째 소목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금철씨가 완성된 통영장을 살펴보고 있다. |
조선시대 통제영 12공방(工房)이 있던 공예의 고장 경남 통영에서 30여년째 소목장(小木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김금철(52)씨. 그는 오늘도 나무와 씨름하고 있다. 소목장은 전통기법을 이용해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전문 목수를 말한다.
김씨가 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18세 때인 1973년부터. 당시 셋째 누나가 최고의 소목장이던 천상원(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씨의 큰며느리로 시집가면서다. 천씨는 장, 농 등 목기 제작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문목의 목재 바탕에 상감을 입히는 유일한 장인이었다.
김씨는 그에게서 나무 켜는 방법과 기초적인 목기 제작법을 배웠다. 77년에는 소목장 장학생으로 선발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귀뇌문기법’과 통영지방 농제작의 특징인 ‘성퇴뇌문기법’ 등을 전수받았다. 이어 82년에는 소목장 전수조교로 선정돼 스승의 소목기술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씨는 현재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실물도안은 스승이 만들어 준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전통 가구는 우리나라 온돌 구조상 팽창, 수축, 뒤틀림 현상 등을 막기 위해 정확한 수치가 필수적이다. 이러다보니 도안은 소목장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김씨가 주로 만드는 것은 이층농과 의걸이장이다. 아래짝과 위짝이 분리되는 것을 ‘농’이라 하고 분리되지 않는 것을 ‘장’이라고 한다.
이층장, 삼층장 하나 만드는 데 꼬박 반년이 걸린다. 경대나 소품 등도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려 전통 농과 장을 만드는 것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전주장은 온화하면서 귀족적인 데 반해 통영장은 호화롭고 세련된 극치의 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아자문 상감이 들어가는 통영의 농은 복잡한 공정과 오랜 시간이 걸려 한번 제작할 때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쌍을 함께 제작한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통영의 농은 이층으로 나누어진 몸체와 하장으로 구성된다. 나무 고르기, 도면 확인, 문목 알갱이 제작, 아자문 만들기, 쥐벽칸 만들기, 농 몸체 만들기, 하장 만들기, 조립 및 문짝과 서랍, 장식 달기 등의 공정을 거쳐 통영 전통 농이 탄생하게 된다.
김씨는 “제가 지금 스승의 뒤를 이어 4대째 소목장 명맥을 잇고 있는데, 이제 화려한 통영의 농, 궤, 상, 반, 한 등이 세계에 이름을 떨칠 때가 됐다”면서 “전수자들이 더욱 더 정진해 그 맥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심홍보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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