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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얼음·숲 그리고 호수…

입력 : 2007-04-06 01:53:00 수정 : 2007-04-06 0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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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로키산맥의 관문 밴프 앨버타주 밴프는 전 세계에서 한 해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캐나다 로키산맥 여행의 관문. 앨버타주 로키산맥 여행은 남쪽 밴프에서 출발해 북쪽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300㎞의 길을 달리며 그 주변 명소를 찾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3000m급 산줄기가 에메랄드빛 호수, 끝없이 펼쳐진 전나무 숲과 어우러진 캐나다 로키산맥. 한국이 봄꽃놀이에 한창인 요즘도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순백의 로키는 웅장하고 장엄하면서도 맑고 투명했다.
# 순백의 설산에 둘러싸인 노천 온천
◇어퍼 핫 스프링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로키산맥에서는 스키, 트레킹, 카약, 보트, 낚시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지만, 애초에 밴프가 관광지로 떠오른 건 온천 때문이다. 1883년 동굴 온천인 ‘케이브 & 베이슨’이 처음 발견됐고, 1884년 온천 호수인 ‘어퍼 핫 스프링’이 발견되면서 밴프는 본격적인 휴양지로 개발된다.
마을 남쪽 끝 설퍼산 자락에 자리한 ‘어퍼 핫 스프링’. 류머티즘에 효험이 있다는 유황천이다. 120여년 전 백인들에게 발견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디언들이 상처 치유를 위해 애용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안내인의 설명이다.
야외 온천장 주변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다. 온천욕장 주변 시멘트 바닥에 맨발로 나섰다가는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는 냉기가 밀려와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그러나 40도가 넘는 야외 온천수에 몸을 담근 여행객들은 추위를 모른다. 눈 덮인 로키산맥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는 푸젠성(福建省) 출신 중국인 가족들은 “날아갈 것만 같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세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온 캐나다인 노부부도 사진 찍어주고 무동을 태워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욕장 주변의 눈은 온천수의 열기에 이내 녹아버린다.
청정지역인 밴프의 온천수는 음료수로도 애용된다. 겨울철에는 피로해진 몸을 달래기 위해 스키어들이 많이 찾는다. 아로마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밴프 외곽의 미에트, 라듐 온천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 로키산맥에 보석처럼 박힌 호수들
◇캐스케이드산과 밴프 마을.

캐나다 로키산맥에는 300여개의 호수가 널려 있어, 호수만으로도 여행 테마가 된다.
밴프에서 서북쪽으로 60㎞ 떨어진 루이스 호수는 로키산맥 자락의 호수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캐나디언 로키의 보석’이라고 별칭이 붙어 있다.
루이스라는 이름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루이스 공주가 방문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디 인디언들은 이곳을 ‘작은 물고기들의 호수’라고 불렀다. 먼 이국의 공주 이름보다 훨씬 더 정겹고 호수의 진면목에 걸맞은 이름인 듯싶다.
요즘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여름철이면 비취빛 호수에 빅토리아 빙하가 드리워지고 야생화가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일본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가 그 아름다움에 반해 곡을 만들었을 정도다.
◇밴프에선 도로 어디서나 산양, 사슴, 엘크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가에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라는 고급 호텔이 들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함박눈이 내리자 말 두 마리가 끄는 썰매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썰매가 호텔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내내 관광객들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희희낙락이다.
모레인, 미네완카, 에메랄드, 투잭 호수도 유명 여행지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눈부시도록 하얀 미네완카는 ‘영혼의 호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비롭고 아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캐스케이드산과 설파산 사이의 보 폭포는 높이 2m정도에 불과하지만, 메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유명해 겨울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
# 밴프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산들
◇후두스에서 바라본 로키산맥.

로키의 고봉들로 둘러싸인 밴프에서는 사방 어디를 봐도 깎아지른 듯한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설퍼, 런들, 캐스케이드, 노르퀘이, 캐슬 등이 대표적인 산이다.
마을 남쪽 끝 설퍼산은 최고의 관광포인트. 해발 2281m 전망대까지 곤돌라가 놓여 있다. 전망대 옆으로는 5m 더 높은 샌슨 피크까지 트레킹 길이 나 있다. 왕복 30분 코스로, 가볍게 걸으며 로키의 정취를 맛보기에 적당한 곳이다. 트레킹 코스 옆으로 펼쳐진 하얀 눈밭은 어느 쪽을 봐도 말그대로 ‘전인미답’이다.
설퍼산과 노르퀘이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장쾌한 산줄기와 밴프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산과 작은 도시가 어우러진 풍경은 실경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색감이 선명하다.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짙푸른 전나무가 어우러진 밴프의 풍광은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이 된다.
캐스케이드 산은 밴프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곳. 캐나다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마을 끝에서 캐스케이드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엽서와 달력에 곧잘 등장한다.
밴프 시내는 한두 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소담스럽고 정겨운 마을. 밴프 애비뉴 양쪽에는 기념품 가게와 수제 초콜릿, 레저용품 전문점이 즐비하다. 화석, 인디언 유물 등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도 4곳 있다.
# 차창밖 끝없이 펼쳐진 절경, 93번도로
◇페어먼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보강 계곡에 1888년에 지어진 ‘페어먼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도 밴프의 명소. 고색창연한 유럽의 중세 성을 연상케 하는 건물로, 밴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이다. 단순 숙박지를 넘어 밴프를 찾는 여행객이면 꼭 한 번은 들르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스파와 27개홀로 구성된 골프장으로도 유명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다소 우악스럽게 보이지만, 보 강 건너편에서 거리를 두고 보면 삐죽삐죽한 로키산맥의 한 부분인 것처럼 주변 경관과 잘 조화를 이룬다.
밴프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게 재스퍼와 연결되는 240㎞의 93번 도로. 캐나다인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자부하는 이 길은 로키산맥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곳곳에 그림 같은 호수와 빙하가 펼쳐진다. 북반구에서 북극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컬럼비아 대빙원이 바로 93번 도로변에 펼쳐져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신비로운 풍광으로 가득한 로키산맥. 밴프에 들어온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번잡한 도회 생활은 어느덧 먼 과거의 일로만 느껴진다.

밴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밴프까지 교통편은 꽤 복잡하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에 도착해 캘거리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다시 육로로 이동해야 한다. 인천∼밴쿠버는 10시간, 밴쿠버∼캘거리는 2시간, 캘거리∼밴프는 2시간이 걸린다. 에어 캐나다가 매일 인천∼ 밴쿠버 직항편을 운항한다. 밴프 일대는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렌터카 여행을 하기에도 좋다. 5월까지는 날씨가 쌀쌀하며, 6∼9월이 여행 최적기다. 일기 변화가 심하므로 여름철에도 두툼한 점퍼를 준비하는게 좋다. 여름 성수기에는 하루 3만∼4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므로, 수개월 전에 숙소를 예약해야 한다. 한국 식당이 한 곳 있다. 여행상품 정보는 캐나다 관광청(www.travelcanada.or.kr, 02-733-7740)에서 얻을 수 있다. 교민이 운영하는 사이트(www.rocky.co.kr)도 상세한 현지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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