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가진 취임식에서 “흔히 임기 후반부를 하산(下山)에 비유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실장은 이어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마음 가짐과 관련해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고 강조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솔선수범해야 행정부 각 부처 공직자들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한 취임사였지만 그보다는 참여정부 임기말을 맞아 흔들릴 수 있는 공무원 조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측면이 강했다.
특히 문 실장이 “청와대가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선 안 되겠지만 법과 제도가 정한 책임을 행사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겠다”고 밝힌 대목은 청와대가 임기말까지 공무원 조직의 기강을 다잡아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청와대 내부를 향해서도 경보음을 발령했다. 문 실장은 “도덕성은 참여정부 힘의 원천”이라면서 “말년의 해이를 각별히 경계하자”고 독려했다.
문 실장의 지적대로 노 대통령이 역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달리 임기 마지막 해에 이르러서도 개헌이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과 같은 주요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데는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자유롭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개헌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최근 차선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초 방침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찬성하고 있고, 다만 시기에 대해 ‘지금이 좋으냐’ 아니면 ‘차기 정부에서 하는 것이 좋으냐’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야당의 주장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지금 개헌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합리적이냐,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냐, 더 나아가 과연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문제 등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가 되고 성찰이 된다면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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