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데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은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최고의 연쇄 살인범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미국 개봉 당시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으며 199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남녀 주연, 각본 등 주요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신참 FBI 요원 스탈링과 한니발 렉터의 두뇌 싸움과 치밀한 스토리가 볼거리. 조디 포스터와 앤서니 홉킨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시종 서스펜스를 이끌어간다.
‘한니발’은 10년 만에 ‘양들의 침묵’을 이은 속편이다. 전편에서 희대의 탈출극을 감행한 한니발이 자취를 감춘 지 10년 후의 이야기다. 한니발은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세탁하고 이탈리아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한니발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현상금을 건다. 명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전편을 능가하는 수익을 거뒀지만 비평은 신통치 않았다. 영화 후반부 한니발이 사람 골을 먹는 충격적인 장면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레드 드래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니발 박사가 어떻게 붙잡히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연쇄 살인범을 쫓던 FBI 수사원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이 최고의 법의학자인 한니발에게 자문하던 중 그가 범인임을 알게 된다. 그레이엄은 한니발을 체포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때 중상을 입고 은퇴한다. 7년 후 다시 현장에 돌아온 그레이엄은 새로운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며 운명처럼 한니발과 다시 만난다.
브랫 라트너 감독의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의 흥행 성공에 따라 전격적으로 영화화됐다. ‘한니발’만큼 벌어들이진 못했지만 ‘양들의 침묵’을 잇는 수작으로 호평받았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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