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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은 재력에 달려" 설민수 판사 누구?

입력 : 2007-02-14 17:55:00 수정 : 2007-02-14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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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도 출신의 법관… 2004년 美대선 부시 당선 예측해 화제 올라 1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선 “현직 판사, 유전무죄·유전무죄 사실상 인정”이란 기사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중앙지법 설민수(38·사법시험 35회·사진) 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에 올린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이란 글을 토대로 한 기사다.
설 판사는 글에서 “수천억원을 횡령한 재벌 회장은 도주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김 한 장을 훔친 노숙자는 얼마든지 도주할 수 있고, 한국의 피해자는 돈만 있으면 90% 정도가 합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양형은 피고인의 재력에 달려있는 셈”라고 지적했다.
법조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설 판사는 ‘튀는 판사’로 통한다. 법원 내부 통신망에 수시로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견해를 담은 장문의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를 ‘판결문 대신 법원 내부 통신망으로 말하는 판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법원 내부 통신망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 게시된 글 또한 법원의 공식 견해가 아닌 만큼 특별히 문제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민감한 발언은 법원에도 약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의 경우 마치 일선 판사가 ‘유전무죄·유전무죄’ 경향을 비판한 것처럼 보여 법원의 신뢰에 자칫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의 양형’ 이전에 세인의 눈길을 끈 설 판사의 글은 지난 해 9월 쓴 ‘공판중심주의에 관한 한 기우’. 법원이 검찰과 갈등을 빚어가면서까지 강력히 추진하는 공판중심주의에 일종의 ‘딴지’를 건 글이다. 그는 “공판중심주의가 시행되면 범죄율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같은 해 5월엔 법원 내부 통신망에 ‘자선적 기부를 감안한 집행유예는 곤란하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설 판사는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피고인이 기부를 하면 법원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려 관대하게 처벌하는 기존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해 3월 역시 법원 내부 통신망에 쓴 “성폭력 예방 사전구금 제도는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글도 주목받았다.
설 판사의 ‘튀는 법관’ 이미지가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2004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법원 내부 통신망에 게재한 ‘미국 대선에서 부시 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하며’라는 글. 그는 “개인적으로 부시 대통령이나 그의 기독교적 이분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부시가 케리보다 정치인으로서 미국 국민들에게 더 호감을 줄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예측은 얼마 뒤 사실로 입증됐다.
그는 2004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자 “국회가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란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됐다. 2002년 8월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설 판사는 법조인으로선 독특하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35회 사법시험에 합격, 법조계에 입문했다. 1999년 대전지법을 시작으로 대전지법 천안지원,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에서 판사로 근무해왔으며 2003년 7월부터 1년간 미국에서 법관 연수를 한 경력도 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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