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힘''을 과시한 주인공은 서울 삼성동에 사는 주부 김옥하(52.여)씨.김씨는 최근 발표된 경기도 중등임용고사에서 44명을 뽑는 `가정과'' 교사직에 도전,18.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졸업 직후인 1977년부터 10년간 중.고등학교 가정과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던 김씨는 자녀 양육 때문에 교편을 놓은지 20년만에 꿈에 그리던 교단에 다시 설수 있게 됐다.
"둘째 아이가 두돌이 막 지났을 무렵 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친정어머니가 멀리이사를 가게 되셨어요. 아이들을 남의 손에만 맡길 수 없어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죠" 그렇게 교사의 길을 접고 지난 20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김씨. 그러다 재작년, 2006년부터는 교사 임용시험의 응시연령 제한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게되면서 접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됐다.
"연령제한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해봐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어요.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데 일을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인생은 50부터잖아요"
그렇게 마음을 굳힌 김씨는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준비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예전에 비해 과목수도 훨씬 많아지고, 시험형식도 복잡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균 2-3년 공부한다는데 1년만에 붙을 수 있을까 조바심도 났다.
더구나 세월탓인지 외워도 외워도 자꾸만 잊어버리는 통에 시험공부가 마음처럼 쉽지않았다.
"나이가 들다보니 무얼 암기해도 돌아서면 까먹는 거에요. 정말 속상했죠. 그래서 제 작전은 하나밖에 없었어요.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까먹기 전에 또 외우자''"
별일이 없을 때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 15-16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했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도 재생 속도를 높여서 일주일치를 하루만에 듣기를 몇번씩 반복했다. 남편과 자녀들은 `엄마는 꼭 할 수 있다''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주었다.
"젊었을 때는 공부가 재미있는 줄 모르고 했는데 나이 들어 하니 너무나 귀하고재미있는거에요.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목표가 뚜렷했고, 그러다보니 집중력과 끈기가 생겨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중년의 넓은 가슴을 갖고 다시 돌아온 늦깎이 선생님 김씨는 20대의 새내기 교사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을 공부 잘하게 하려고 닦달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인성이 메마른 요즘 아이들에게 살아가는데 무엇이 꼭 필요한지 가르쳐주고 싶어요. 늙은 선생님이라 실력없다는 소리 안 듣고 오히려 좋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게 정말열심히 할겁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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