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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속 여성]어머니 사랑은 하늘에서 내려진 숭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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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1-05 18:56:00 수정 : 2007-01-05 1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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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게로 作― 천사들의 노래 옛날에 철없는 아들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들은 아주 잘생겼지만 마음 독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자신에게 목을 매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렇게 나를 사랑한다면 당신 어머니의 심장을 꺼내 오라”며 빈정대듯 말했다. 못난 아들은 어머니가 잠든 새 심장에 비수를 꽂으려다 그만 손을 베고 말았다. 잠든 체하고 있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아들아. 다치지 않았느냐? 칼을 이리 다오. 내 심장을 빼주마”라고 말했다. 이에 감동한 아들이 개과천선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두 여자는 성은 같으나 모습은 악마와 천사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네 인생에서도 여자와 어머니는 서로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자의 사랑이 인간의 감정이라면, 어머니의 사랑은 하늘에서 내려진 숭고함이 아닐까.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 사무치는 감정을 부여한 작품 중 최고봉은 단연 ‘피에타’라 할 것이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의 시신을 무릎에 안고 오열하는 마리아를 표현한 조각상이다.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작품을 보았을 때 슬픔에 목이 메는 경험을 했는데, 아마도 무의식 속에 각인된 어머니에 대한 향수 때문일 것이다.

피에타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일깨웠다면, 부게로의 ‘천사들의 노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어머니를 그립게 한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는 판에 박힌 그림을 그린다는 비난을 샀지만 인물의 내면까지 정교하고 극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작가. ‘천사들의 노래’는 모정을 세밀하게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작품 속 마리아가 안고 있는 아기는 신의 아들이지만 종교적인 위엄과 숙명적인 비애는 찾아볼 수 없다. 다정하고 자애로운 엄마 품에 안겨 평화롭게 잠든 한 아기일 뿐이다. 마리아 역시 하루 일과 후 아기를 어르며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깜박 잠이 든 곤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 모습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심연에 아련한 우윳빛 체취로 기억되는, 바로 그 어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아이가 깰세라 어머니가 깰세라 무릎을 꿇고 조심스레 자장가를 연주하는 천사들의 모습은 그림에 포근함을 더해줘 어머니 품을 더 절절히 원하게 만든다.
연말연시를 보내며 다시금 내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 본다. 어릴 적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주셨던 사랑은 인간이라면 다 줄 수 있는 성격의 사랑이 아니었다. 그 사랑을 복사해 내 자식에게 붙여넣기를 하려 해도 복사조차 할 수 없는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따뜻함이며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게 하는 근원이다. 이 시대에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가치 중에 유일하게 영원한 빛을 내는 가치가 바로 모정인 것이다.
스스로를 불행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www.brea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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