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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공익제보자들의 참상 다룬 ''불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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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1-11 12:58:00 수정 : 2006-11-11 12: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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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받은 지 2년 만에 세상에 나와 내가 몸담은 직장, 혹은 내가 어쩔 수 없이 부패를 저지르게 만드는 조직이나 불의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들이 겪은 고통의 참상을 다룬 책 ‘불감사회’는 원고를 받은 지 2년 만에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
참담한 고통의 기억에서 겨우 벗어나 돌이켜 말하기조차 완강하게 꺼렸던 9명의 책 속 주인공들. 이런 제보자들을 설득하여 긴 시간 추적하고 인터뷰해 생애 첫 책을 쓴 저자 신광식. 초고에는 애오라지 고통을 마주할 수밖에 없던 저자와 주인공들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 장고의 시간도 모자라 3000장이 넘는 원고 뭉치를 받아든 편집실에서 2년을 더 숨죽여 기다리고 조용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책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이유는 그래서이다.



신광식 지음/참여사회/1만원


애초에 출판을 염두에 둬서 나선 일이 아니었던 저자는 출판 원고로 다시 쓰는 과정에서 심적 부담과 갈등이 매우 컸다. 제보 후에 겪는 고통의 실체를 관찰하는 보건학자로서, 고발자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미화시키거나, 영웅이나 희생자로 보는 관점조차 경계했던 점이 자칫 공익제보를 더 대중과 멀리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편집자로서 저자와 그의 기록에 이미 들어 있는 답을 그냥 묻히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차마 공익제보를 권할 수 없게 만드는 가혹한 시련과 부당한 대우를 외면하는 우리 모두의 공범의식을 고백하자는 것이었다.
책은 저자와 대화를 나눈 육성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실었다. 9명의 공익제보자들은 특별히 진보적 가치를 위해 전면에서 싸운 사람들이 아니다. 살 부비고 발 딛고 사는 삶의 현장에서 우리와 다름없는 명분과 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부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우리가 슬그머니 내던져버린 양심의 불감증을 공감할 수 있기를, 대신 떠안고 고통스런 대가를 치른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이들의 처참한 고통을 발판으로 조금 더 행복한 공익제보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더욱이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이라면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명광복 참여사회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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