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계가 종교판 ‘동북공정’에 휘말려 속을 태우고 있다.
불교신문 최근호에 의하면 인도의 서부 구자랏주가 최근 종교개종법을 통과시키면서 불교와 자이나교를 힌두교의 한 분파로 분류해 인도 불교계가 위헌 제기와 함께 강력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도 뉴스전문 채널인 CNN-IBN은 9월 22일자 보도를 통해 “인도 구자랏주 의회가 지난달 19일 통과시킨 반개종법인 ‘2006 종교자유 개정법안’이 불교계를 포함한 인도 전역 종교인들의 분노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법안이 그들의 정체성에 타격을 준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다른 현지 신문인 ‘아웃룩 인디아’는 “특히 불교도와 자이나교도들은 그들이 힌두교의 한 종파로 일괄 된 것에 격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구자랏 글로브 뉴스네트워크도 지난달 19일 “구자랏주가 주의회의 반대에도 종교개종을 개인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모든 종교를 힌두교 종파로 정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 통과된 반개종법은 개종을 원하는 사람이 개종 예정일 1개월 전에 당국에 개종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당국이 이를 심의해 개종을 허가하거나 불허한다는 법안이다. 문제는 이 절차가 힌두교인이 다른 종교로 개종할 때만 적용된다는데 있다. 다른 종교에서 힌두교로 개종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 것. 또 불교와 자이나교를 힌두교의 한 종파로 재분류시켜 두 종교의 힌두교 이탈을 엄격히 했다. 법안 이름은 종교자유법이지만 힌두교 외에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법안은 만약 이 같은 개종 절차를 어기게 되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만∼10만루피(한화 103만∼207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다른 사람의 개종을 강요할 경우에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CNN-IBN은 자이나교와 불교를 힌두교도로 재분류한 반개종법에 대해 “두 종교를 힌두민족주의 표로 몰아 주의회가 2007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치적 속임수”라고 분석했다. 주의회 야당 지도자인 아르준 모드히바디아도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도헌법에 따르면 불교, 자이나교 등은 힌두교로 한데 묶일 수 없으며 절대로 힌두교의 하부종교가 될 수 없다”면서 “구자랏주 정부와 의회가 개종의 개념을 재정의해 총선에서 표를 얻고자 종교를 ‘도구’로 이용해 정치놀음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 반개종법이 힌두교인들의 타종교 이탈을 막으면서 불교와 자이나교를 힌두교로 포섭하기 위한 전 단계 과정”이라며 “최근 힌두 카스트의 하층민인 불가촉천민들이 기독교나 이슬람교에 비해 불교나 자이나교로 개종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법안 개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반해 구자랏 주정부 측은 느긋한 입장이다. 힌두민족주의 우익정당인 구자랏 BJP당의 지도자 자이 나라얀 브야스는 CNN-IBN에 “힌두 민족주의를 위한 정치적 속임수가 아니다”고 부인하고, “구자랏주가 이 법을 통과시킨 유일하거나 첫 번째 주가 아니며 이미 오릿사, 마디아 프라데쉬, 아루나찰 프라데쉬, 타밀 나두 같은 다른 주들은 이전에 이 법을 통과시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속 바트 구자랏주 법무장관도 9월 20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은 불교도와 자이나교들이 서로 종교를 바꾸는 것을 ‘내부 교파 개종’으로 인정해 정부의 공식적인 허가를 필요하지 않게 한 장점이 있다”며 “그동안 개종에 대한 헌법의 정의가 너무 애매했기 때문에 확실히 해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 불교계는 이에 대해 강력한 저항 자세를 보이고 있다. 타밀 나두를 비롯해 구자랏 등 몇몇 주에서 재가 불교지도자들이 삭발투쟁을 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대규모 시위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주정부와의 강한 마찰이 예상된다.
힌두교와 불교는 모두 열반을 기본으로 하는 종교라는 점, 다른 종교에 대해 관대하고 하나의 목표를 가는 다른 길임을 인정한다는 점, 윤회사상이 있고 참선수행을 한다는 점 등에서 유사성이 있으나, 힌두교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범신론적 신관이 있는데 반해 불교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이 없다는 점에서 엄격히 선을 긋고 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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