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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보는 공판중심주의 법정

입력 : 2006-10-02 10:31:00 수정 : 2006-10-02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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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법정영화 통해 간접 경험
''런어웨이'', ''12인의 성난 사람들''
최근 공판중심주의 형사재판과 구술주의 민사재판이 우리 법조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를 강조하기 위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다소 과격한 발언이 검찰과 변호사업계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우리나라 법정에서 공판중심주의·구술주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에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 우리 법정은 어떤 모습일까?
헐리우드 법정 영화를 보면 얼추 비슷하게나마 그림이 그려진다. 물론 미국 법정에서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상황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는 영화일뿐. 하지만 참고는 가능하다.
공판중심주의나 구술주의, 특히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될 배심원의 활약을 볼 수 있는 미국 법정영화를 소개한다.


1.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 1957)
미국 배심원 제도를 다룬 고전이자 이런 류 영화의 정전(正典)으로 평가받는다. 거장 시드니 루멧의 연출에 헨리 폰다라는 명배우가 출연했다. 제목의 12인은 배심원 숫자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푸에르토리코계 18세 소년에 대한 재판 과정, 특히 배심원들의 토론 과정이 기둥 줄거리다. 모든 증거와 정황은 소년에게 불리하다. 아니나 다를까 12명의 배심원 가운데 단 한사람(헨리 폰다)을 제외하곤 11명이 유죄라고 믿고 있다. 미국식 배심제에서 중죄 사건의 경우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유무죄를 가린다.
헨리 폰다 때문에 나머지 11명이 화가 난 것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사건이 늘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누구는 재판 때문에 야구경기를 놓쳤다. 헨리 폰다도 다른 이유로 화가 났다. 여론은 이미 소년의 유죄를 ‘확정’해놓고 있었다. 대중의 예단과 편견에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법정은 지루한 공방이 계속된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다. 하지만 헨리 폰다는 살인을 평결하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주장한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이 한 사람을 전기의자로 보낼 수 있는 평결을 낼 수 없다는 것.
폰다의 논리적인 설득에 배심원들이 가졌던 편견은 하나씩 무너진다. 결국 예상했던대로 소년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이 영화는 민사재판의 경우 대립하는 양쪽 당사자 중에 조금이라도 증거가 우세한 쪽이 승리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이른바 ‘합리적 의심’을 넘는 강력한 증거가 없으면 무죄가 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을 보여준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현대비자금 150억 수수’ 사건 재상고심에서 우리나라 대법원도 이런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9월28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렇게 말한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런어웨이(Runaway Jury, 2003)
법정 스릴러 전문 소설가인 존 그리샴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권선징악’이라는 흔한 헐리우드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배심원 선정과 판단 과정 등이 흥미롭게 묘사돼있다. 내년부터 도입될 국민참여 재판에 혹시 배심원으로 촉탁될 시민들은 이 영화를 참고할 만하다. 그만큼 런어웨이는 법정 공방 그 자체보다 배심원단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무고하게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이 총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정의가 승리한다. 재미있는 것은 재판부에서 배심원을 선정할 때 과정과 선정된 배심원들이 결론을 내리기 위해 ‘평결’하는 모습들.
원고와 피고 양측 변호사가 예비 배심원들을 상대로 이것 저것 질문을 던져 자신의 의뢰인에게 불리할 것 같은 사람들을 하나씩 탈락시킨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명 배우 진 해크먼이 맡은 총기회사 측 배심원 컨설턴트 랜킨 피츠다. 법정에서 용인될 수 없는 초소형 카메라와 무선통신장비를 이용해 예비 배심원들을 하나씩 분석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배심원단을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회사는 패소한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주인공 존 쿠삭이 나머지 배심원을 선동해 유죄 평결을 이끌기 때문이다.
배심원이 매수될 수 있다는 점, 여론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의도를 가진 한 사람이 평결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배심원 제도의 허점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심심찮게 법정영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케빈 코스트너의 호연이 돋보이는 ‘JFK’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만 기본 얼개는 법정공방이다.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가 자신의 권리를 되찾는다는 내용의 휴먼드라마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도 미국 법정의 모습(구술주의)를 엿볼 수 있다. 뻔한 헐리우드 영화라곤 하지만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의 불꽃튀는 법정 대결이 볼만했던 어 퓨 굿맨(A Few Good Man)과 법정 코미디물인 ‘나의 사촌 비니(My Cousin Vinny)에서도 미국의 형사재판이 어떻게 행술되는지 맛은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비디오로 출시돼있다.

김귀수 기자 seowoo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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