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는 너무 예쁜 남자(우리 눈에 보기엔)들이 종종 주인공을 맡곤 하는데, 평범한 남성이 주인공이었다는 것도 좋았고 그의 훌륭한 연기력도 좋았다. 그런데 그가 또 주인공으로 영화에 출연한다고 아내가 말했다. ‘괴물’이라는 영화에….
처음엔 정말 괴물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말을 듣고 약간 유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일찍이 한국 영화에선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실제 있지 않은 허구의 존재를 갖고 만든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를 만든 젊은 감독(봉준호 감독)은 대단한 모험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괴물만 만드는 데 50억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었다는 말을 들고서도 내심 ‘에이 그래도 좀 어색하겠지’ 했다.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아내가 꼭 괴물을 보아야 한다며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난 그 감독과 연기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싶었다. 역시 작지만 강한 한국에 그 감독이었다.
괴물과 연기자들이 어우러지는 장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할리우드 영화들에 견줄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 담긴 많은 메시지도 좋았다. 반미 감정이라는 건 일단 캐나다 사람인 나로서는 언급할 문제가 아닌 듯하고, 내가 초점을 맞춘 건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자연에 엄청난 일을 너무도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또 그것이 언젠가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족 구성원이 비록 개개인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많고 힘도 없는 약한 자들이지만, 가족애라는 사랑으로 뭉쳤을 땐 무시무시한 괴물도 처단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는 메시지도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훌륭했던 부분은 영화 속의 배경음악이었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한국식 멜로디’(아내는 뽕짝 멜로디라고 말했다)가 이야기의 전개마다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흘렀다. 그것이 때론 장면을 더 코믹스럽게, 더 슬프게 만들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여기서 나오는 영웅들은 영웅스럽지 않은 그저 평범한 인간들이어서 좋았다.
감독은 특이한 물고기 괴물이라는 재미있는 볼거리와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 속에 많은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 듯하다. 내가 찾은 메시지들 말고도 더 많은 메시지들이 있을 것이다. 그저 화면 위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괴물은 보고 난 후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영화이다. 한국 영화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폴 하스킬 캐나다인·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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