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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니]할리우드 빰칠 ''괴물'' 만든 저력… 작지만 강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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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8-28 21:12:00 수정 : 2006-08-28 2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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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하스킬 캐나다인·학원강사 한국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집으로’라는 영화였는데, 꼬마와 할머니의 연기에 배꼽 잡고 웃었다. 이 영화는 아내가 한국에서 빌려 온 비디오 테이프로 보았는데, 한국의 산골 마을 풍경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대사가 거의 없었지만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할머니의 손에서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한국 영화에는 너무 예쁜 남자(우리 눈에 보기엔)들이 종종 주인공을 맡곤 하는데, 평범한 남성이 주인공이었다는 것도 좋았고 그의 훌륭한 연기력도 좋았다. 그런데 그가 또 주인공으로 영화에 출연한다고 아내가 말했다. ‘괴물’이라는 영화에….
처음엔 정말 괴물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말을 듣고 약간 유치할 수 있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일찍이 한국 영화에선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제외하고는 실제 있지 않은 허구의 존재를 갖고 만든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를 만든 젊은 감독(봉준호 감독)은 대단한 모험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괴물만 만드는 데 50억원이라는 돈을 쏟아 부었다는 말을 들고서도 내심 ‘에이 그래도 좀 어색하겠지’ 했다. 그 영화를 보지 않은 아내가 꼭 괴물을 보아야 한다며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난 그 감독과 연기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싶었다. 역시 작지만 강한 한국에 그 감독이었다.
괴물과 연기자들이 어우러지는 장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할리우드 영화들에 견줄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 담긴 많은 메시지도 좋았다. 반미 감정이라는 건 일단 캐나다 사람인 나로서는 언급할 문제가 아닌 듯하고, 내가 초점을 맞춘 건 영화에서처럼 인간이 자연에 엄청난 일을 너무도 대수롭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또 그것이 언젠가 큰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도 우리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족 구성원이 비록 개개인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많고 힘도 없는 약한 자들이지만, 가족애라는 사랑으로 뭉쳤을 땐 무시무시한 괴물도 처단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는 메시지도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훌륭했던 부분은 영화 속의 배경음악이었다.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한국식 멜로디’(아내는 뽕짝 멜로디라고 말했다)가 이야기의 전개마다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흘렀다. 그것이 때론 장면을 더 코믹스럽게, 더 슬프게 만들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여기서 나오는 영웅들은 영웅스럽지 않은 그저 평범한 인간들이어서 좋았다.
감독은 특이한 물고기 괴물이라는 재미있는 볼거리와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 속에 많은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 듯하다. 내가 찾은 메시지들 말고도 더 많은 메시지들이 있을 것이다. 그저 화면 위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괴물은 보고 난 후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영화이다. 한국 영화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폴 하스킬 캐나다인·학원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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